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 증시가 새해 들어 랠리를 즐기고 있다. 반면 한국 증시만 유독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상승한 날은 지난 3일과 10일, 이틀뿐이다.

국내 증시가 선진국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은 경기 부진과 환율 하락 때문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지수의 수익률은 마이너스(-) 0.02%다. 지난 11일 코스피 종가는 1996.67로 지난해 폐장가 1997.05보다 소폭 하락했다.

이에 비해 선진국들의 증시는 연초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각각 2.9%와 3.9% 뛰었다. 독일도 1.4% 올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국들은 경기 회복 기대와 대규모 경기부양안 덕분에 주가와 금리가 동반 상승하고 있는 반면 국내 증시는 경기 부진과 소극적인 경기부양 의지로 중국 다음으로 저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회복 기대가 강해지면서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으며 일본은 엔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10조3000억 엔에 이르는 대규모 경기부양안을 승인하는 등 경기부양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의 3년물 국채금리는 정책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전 저점 수준까지 하락하는 등 선진국에 비해 뚜렷한 경기 회복 신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화 강세 역시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1일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은 각각 1050원 대와 1100원 대에 진입했다. 특히 원·엔 환율의 경우 지난해 9월에 비해 무려 32% 하락하는 등 '원화 강세, 엔화 약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박 연구원은 "원화 강세가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물론 기업들의 채산성에도 부담을 주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며 "대기업의 생산성 약화는 중소 부품 업체들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당분간 이런 흐름은 이어지겠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경기부양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2분기 들어 엔화 약세 흐름이 주춤해진다면 국내 증시의 상대적 부진도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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