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10일 오전 6시49분

벤처캐피털 업계가 엔터테인먼트 투자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다. 작년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투자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관련 회사에 대규모 지분투자를 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10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벤처캐피털이 문화콘텐츠 산업에 신규로 투자한 금액은 3087억원(227건)이다. 연말까지 3300억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역대 최고 투자 규모다. 2010년 2677억원(185건), 2011년 3097억원(209건) 등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협회가 집계한 문화콘텐츠 투자에는 영화 공연 등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프로젝트 투자’만 포함됐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상당한 규모의 벤처자금이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지분 투자에 투입됐다. 지난해 11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아주IB캐피탈, 나우IB캐피탈은 국내 3대 엔터테인먼트 중 하나인 JYP엔터테인먼트에 유상증자 참여 방식 등으로 총 120억원을 투자했다.

작곡가 방시혁 씨가 세운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벤처자금을 유치했다. 이 회사는 2011년 SV인베스트먼트로부터 30억원을 투자받은 뒤 지난해 하반기엔 복수의 벤처캐피털로부터 수십억원 규모의 2차펀딩을 받았다. 영화 배급사인 뉴(NEW)는 지난해 말부터 벤처캐피털 4곳에서 총 8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

특정 가수 또는 그룹에 직접 투자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지온인베스트먼트는 최근 걸그룹 헬로비너스에 18억원을 투자했다. 헬로비너스의 음원 및 뮤직비디오 등을 제작하는 데 드는 자금을 지원하고, 추후 활동을 통해 얻는 수익을 소속사와 공유하는 형태다. 이 밖에 상당수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벤처캐피털과 다양한 형태의 투자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자금력을 갖춘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직접 투자에 나서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SM재팬을 통해 지난해 말 50억원을 출자해 SM콘텐츠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문화콘텐츠 투자업계 베테랑인 김지웅 전 엠벤처투자 CT본부장을 대표이사로 영입해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펀드 자금 유치에 나설 예정이다.

최근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을 제치고 연예인 최고 주식 부자로 올라선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도 벤처 투자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YG엔터가 벤처캐피털 설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는 않지만 문화콘텐츠펀드에 투자자로 참여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YG엔터는 지난해 국내 한 운용사가 조성하려던 글로벌문화콘텐츠펀드에 수십억원을 출자하겠다는 투자확약서(LOC)를 내기도 했다.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벤처투자 업계에 마땅한 새로운 투자 대상이 없는 상황에서 최근 높은 성장성을 보여준 엔터테인먼트가 대안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오동혁 기자 otto8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