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들이 매수를 꺼리는 중대형 아파트 저층 가구는 1년 새 5000만원 이상 빠진 곳도 있어요. 최근엔 임대 목적으로 아파트를 매입하던 수도권 투자자들의 발길도 뜸해졌어요.”(이종헌 해운대구 럭키공인 대표)

주택시장 침체 속에서도 최근 연평균 아파트값이 10% 이상씩 오르고, 분양시장 청약 경쟁률이 수십 대 1을 기록하는 등 ‘나홀로 호황’을 보여왔던 부산 주택시장이 6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2009년 이후 작년까지 해운대와 신규 주택지구에서 6만여가구 가까운 물량이 쏟아지면서 공급이 수요를 넘어섰다”며 “공급과잉 여파로 당분간 집값이 조정국면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6년 만에 꺾인 부산 아파트시장

4일 국민은행이 발표한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 아파트값은 0.7% 하락했다. 부산 아파트값은 2006년 0.7% 하락한 이후 2007~2011년 5년 연속 상승했다. 특히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서울 등 수도권 주택시장이 극심한 침체에 빠진 2010년(16.6%)과 2011년(22.4%)에도 두 자릿수 이상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부산 아파트값 하락은 공급과잉이 가장 큰 요인이다. 최근 5년(2008~2012년)간 7만1748가구가 공급됐다. 1년 새 집값이 20% 이상 오른 2011년과 작년에는 연평균 2만5000여가구가 쏟아졌다. 이에 따라 부산 집값 상승을 견인해온 해운대구(-3.5%)와 최근 집값이 급등한 사상구(-3.5%)의 하락폭이 컸다.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밀집지역인 해운대구 좌동의 경우 작년 1월 3억8000만원까지 호가했던 ‘LG 1차’ 161㎡형이 연말에는 3억2500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국내 최고층 건축물로 유명한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는 분양가격보다 떨어진 매물도 나왔다. 분양가가 8억원 안팎인 118㎡형은 7억원대까지 떨어졌다. 인근 ‘해운대 아이파크’ 91㎡형도 분양가보다 10%가량 내린 5억원짜리 매물이 나온다. 우동 파크공인 대표는 “저층이나 남향이 아닌 가구들은 분양가 이하 물건들이 꽤 있다”고 전했다.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도 빨간불

급증하는 내·외국인 관광객 숙박수요를 잡기 위해 해운대구와 부산진구 등 주요 상업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공급이 집중됐던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0년 485실에 그쳤던 부산 오피스텔 분양물량은 2011년(6109실)과 지난해(4627실) 10배 이상 급증했다.

2011년 집중 공급됐던 오피스텔들이 올해부터 입주가 본격화되기 때문에 임차인 부족에 따른 ‘입주대란’ 가능성도 점쳐진다. 부산지하철 1·2호선 환승역인 서면역 인근 D공인 대표는 “33㎡짜리 오피스텔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 수준인데 최근 입주물량이 많아지면서 월세가 1만~2만원씩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래 부동산114 부산지사장은 “앞으로도 대연혁신도시와 명지·화명신도시에서 신규공급이 잇따를 예정이어서 시내 아파트값도 당분간 하락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부산과 함께 세종시 등 배후수요로 집값이 강세를 보인 대전도 2007년(-2.1%) 이후 5년 만에 지난해 아파트 값이 1.7% 떨어졌다. 울산(9.1%) 대구(7.5%) 광주(5.5%) 등 나머지 지방 광역시는 상승세를 보였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울산과 대구, 광주 등은 부산·대전보다 시장회복이 늦어졌기 때문에 당분간 상승여력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보형/이현일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