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국내 주식시장은 미국 재정절벽 협상 결과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 움직임에 따라 추세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 10년간 외국인이 2008년을 제외하고는 항상 `1월 순매수'를 기록했다는 점을 들어 코스피의 상승 추세를 점치고 있다.

그러나 재정절벽 협상이 내년까지 이어지면 지수 상승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올해 4분기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가 하향되고 있다는 점도 위험 요소다.

◇ 1월 코스피, `외국인 효과' 가능한가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8개 증권사가 제시한 다음 달 코스피 예상범위 평균은 1,910~2,066포인트다.

관건은 재정절벽이다.

미국 정치권의 협상이 부분 타결인 `스몰 딜(Small Deal)'에 그칠지, 대타협인 `빅 딜(Big Deal)'로 이어질지에 따라 내년 국내 증시 개장일(1월2일)의 변동폭이 결정될 수 있다.

현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는 연말 휴가까지 반납하고 막판 `접점 찾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협상 분위기와 의회 절차 등을 고려하면 연내 법안 처리는 무산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내년 초 증시도 재정절벽 협상이 좌우할 것"이라며 "연말 막판 협상에서 미국 정치권이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1월 증시는 관망 기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미국 정치권이 타협점을 찾는다면 연초 국내 증시는 외국인 주도 아래 강세를 띨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부 증권사는 코스피 지수 상단을 2,100으로 높여 잡기도 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4년간 1분기에 매번 매수 우위를 보였다.

특히 1월에는 매도를 나타낸 적이 없어 이를 `외국인 1월 효과'라고 부르기도 한다.

삼성전자가 1월4일 잠정실적을 발표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4분기 실적발표 시즌'도 주요 변수다.

유진투자증권 곽병열 연구원은 1월 코스피 예상 범위를 1,950~2,050으로 제시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분기 실적 예상치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포함된 정보기술(IT)업종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3분기보다 나아지지 않은 수준이다.

교보증권 김형렬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가 2,000선에 안착하려면 전체 기업의 분기당 영업이익이 35조원을 넘어서야 하는데, 4분기 영업이익은 이보다 낮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김 팀장은 "내년 1분기 영업이익 합산액은 33조4천억원으로 예상된다"며 "2,000선 안착은 내년 2~3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IT·중소형 중심 대응…자동차는 '주의'

증권사들은 새해 첫 달 투자전략으로 실적 기대감이 살아있는 정보기술(IT)업종과 대형주보다 주가가 탄탄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소형주를 추천했다.

엔화 약세 우려가 부각된 자동차주에 대해서는 보수적 시각을 나타냈다.

국내 대부분 기업의 4분기 실적 기대치가 낮아졌지만 IT업종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실적 호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하나대투증권 양경식 투자전략총괄 팀장은 "4분기 기업 실적이 대체로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IT업종은 예외"라며 "투자 비중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IT업종을 제외한 대형주들의 주가가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에 무게를 실으며 중소형주로 대응하라고 제안했다.

대형주의 하락세가 예상되는 것은 연말 배당을 노리고 매수에 나섰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배당락 이후 물량을 처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년부터 미국 뱅가드펀드가 벤치마크 지수를 기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서 영국 런던증시의 FTSE로 변경하면 국내 증시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할 우려도 있다.

한국은 MSCI에서는 신흥시장으로, FTSE에서는 선진국으로 분류된다.

FTSE로 지수를 바꾸면 뱅가드펀드는 신흥시장으로 분류해 사뒀던 9조원 가량의 한국 주식을 팔아야 한다.

엔화 약세에 따른 우려를 제기하며 자동차 업종에 대한 투자를 경계하는 전문가들도 다수 있었다.

토러스투자증권 오태동 연구원은 "엔화 약세로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자동차주가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엔·달러 환율의 방향성을 민감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양증권 김연우 연구원도 "현대·기아차는 연비 문제로 인한 충당금이 발생해 실적 개선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며 내년 1월 주가는 상승하기보다는 단기적으로 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오예진 기자 ohyes@yna.co.kr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