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및 고용창출 효과가 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마이스(MICE) 산업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최근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마이스 산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 980만명 가운데 약 10%인 96만명이 마이스 관광객이었다. 2000년 세계 24위였던 국제회의 개최 건수(109건)는 지난해 469건으로 급증하며 세계 6위를 차지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코리아 컨벤션의 해’로 선정한 올해에도 서울핵안보정상회의(3월) 국제라이온스클럽 세계대회(6월) 세계자연보전총회(9월) 등을 잇달아 개최하며 가파른 성장세에 힘을 실었다. 국내에서 열린 최대 정상회의였던 서울핵안보정상회의에 참가한 외국인만 1만명에 달했다. 국제라이온스클럽 세계대회에는 2만명, 세계자연보전총회에는 6000명의 외국인이 참여했다.

‘컨벤션의 해’를 마무리하면서 그간의 성과와 과제, 마이스 산업의 발전 방향을 점검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김철원 경희대 호텔관광대학장, 한신자 한국PCO(국제회의 기획사)협회장, 안덕수 한국관광공사 컨벤션팀장이 자리를 함께했다.


안 팀장=마이스 산업이 2009년부터 17개 신성장 동력 산업 중 하나로 지정되면서 정부의 예산 지원과 이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많이 늘었지만 ‘컨벤션의 해’라고 이름 붙인 건 처음입니다. 우선 국제협회연합(UIA)의 컨벤션 통계에서 세계 6위를 차지한 것이 가장 의미 있고 큰 발전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기반 위에서 국제회의 유치 건수가 지난해 35건 4만7000여명에서 올해는 40건 6만1000여명으로 늘었습니다. 그중 대형 국제회의만 15개로, 참가한 외국인이 3만7000명을 넘지요. 인센티브 유치도 지난해 13만7000명에서 올해는 14만2000명으로 늘었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이스 산업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간 것이라고 봅니다.

한 회장=마이스 업계에서 볼 때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인천 송도에 유치한 점을 손에 꼽고 싶습니다. 그동안 마이스 업계에선 해외에서 국제행사를 가져오는 데 주력했지만 GCF 유치로 한국이 국제행사의 상시 개최지가 됐으니까요. GCF가 세계은행의 3분의 2 정도만 국제회의를 연다고 해도 연간 70~100건이 상시적으로 열리게 됩니다. 그만한 행사를 유치하는 비용을 따진다면 한국 컨벤션 산업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는 계기라고 봐야죠. 국제회의 기획업이 단순 대행업에서 벗어나 수익모델을 다양하게 시도할 가능성이 커졌거든요.

김 학장=2011년 통계에 따르면 관광산업이 우리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하는 효과가 5.3% 정도이고, 마이스 산업의 기여도는 0.8% 정도예요. 선진국이나 싱가포르 홍콩 등 경쟁상대국에 비하면 기여도가 낮죠.

안 팀장=마이스 산업이 더 성장하도록 파이를 키워야 합니다. 그래야 외화가득률, 수출, 고용 등에 더 기여할 수 있어요. 그러려면 많은 부분이 보완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 내년에도 예산을 확보해 또 다른 GCF를 찾아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기후변화, 녹색성장, 고령화 등 국제사회의 새로운 이슈나 조선·반도체 등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산업 분야 등의 국제기구를 찾고 있습니다.

김 학장=국제기구가 많이 있는 곳에는 마이스 산업이 활성화돼 있어서 국제기구가 정말 중요하죠.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드는 거라고 봅니다. 다보스포럼처럼 자체 브랜드를 가진 회의를 만들어야 경제적 파급효과가 커집니다. 지난해 국내 마이스 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효과 28조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10조원, 소득유발효과 4조6000억원가량입니다. 다보스포럼처럼 창조형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면 그 효과가 훨씬 커질 텐데 업계에선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가요.

한 회장=기업의 1차적인 관심은 생존이고 그 다음이 성장입니다. 마이스 산업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학계와 정부의 지적을 알고 있지만 현실은 어려워요. 현재로선 공공부문이든 민간부문이든 대행업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행사 개최가 확정되면 그 행사의 운영을 맡는 정도가 대부분입니다. 대행업 형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비즈니스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아무리 시장이 커져도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김 학장=2010년 현재 국내에 국제회의 기획업체가 363개 있습니다. 경쟁력 있는 회사도 있고 영세한 곳도 많지요. 마이스 산업이 일자리 창출이나 산업정책면에서 굉장히 중요한데 산업환경은 매우 열악한 게 현실입니다.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요.

안 팀장=마이스 업계의 산업환경을 보면 보완할 점이 많습니다. 300여개 업체 중 연매출 5억원 미만인 곳이 60%예요. 산업 불균형과 격차 해소가 필요한데 입찰 때 PCO들의 수익 개선을 위해 적정 이윤을 보장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할 것 같아요. 마이스 업계의 이직률이 높은 것은 업무 강도에 비해 보상이 워낙 낮기 때문입니다. 새 정부에서도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시대, 고부가가치·고품격관광 시대를 열기 위한 기조와 지원이 계속돼야 할 것이고요.

한 회장=PCO들이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합니다. PCO에게 적정 수익을 보장해주지 않는 구조에서는 서비스의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시급히 제도를 개선해야 해요. 또 전시대행업에 관한 표준 요율표조차 없어 건설업의 요율표를 적용받고 있으니 문제죠. 지식기반 서비스업에 맞는 요율이 필요합니다.

김 학장=사실 마이스 산업에는 기업회의, 보상관광, 전시 등 여러 분야가 있어 이해관계가 분산돼 있으므로 관련 부처를 망라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또 인재 산업이어서 인력이 중요한데 전문가와 전문성을 인정해주지 않는 풍토도 고쳐야 합니다. 컨벤션기획사 자격증을 산업단지관리공단이 관리하고 있는 게 지금 현실이잖습니까. 관련 협회에서 시험과 자격증 관리를 주관해 권위를 높여야 해요. 그러려면 마이스 산업을 하나의 독립산업으로 표준 분류체계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안 팀장=지방 간의 경쟁이 너무 심해서 지역특화 컨벤션을 지원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지역 간 협력이 더 중요합니다. 내년에 대구에서 열릴 세계에너지총회도 대구 혼자서는 못하므로 경주와 협력해야 해요. 인접 지역끼리 협력하면 파이도 커지고 브랜드 효과도 커집니다. 중국은 지난 9월 8개 도시가 마이스 동맹체를 구축했는데 우리도 각 지방의 7개 마이스기구가 협력하면 윈윈할 수 있을 겁니다. 경쟁 더하기 협력의 시대라고 할까요.

정리=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 마이스(MICE) 산업

기업회의(Meeting) 보상관광(Incentive)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 및 이벤트(Exhibition&Event)와 관련된 관광 산업. 통상적인 관광 산업보다 소득 및 고용창출 효과가 커 고부가가치 관광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9년 1월 정부가 지정한 17개 신성장 동력 산업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