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든 법인이든 문화재와 미술품을 박물관, 미술관에 기부하면 35% 정도의 감세혜택을 주도록 하자.”

한국미술산업발전협의회(실무위원장 정준모)가 ‘시각문화산업기반 마련을 위한 문화재, 유물, 미술품 기부활성화를 통한 세계적 미술관 및 박물관 육성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놨다. 주요 내용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예술품을 기부하면 이를 법정기부액으로 인정해 기부자에게 법인세와 소득세를 감면해주는 혜택을 주되, 기존의 기부한도(개인 20%, 법인 5%)를 폐지해 약 35% 정도의 소득세 감면 효과가 발생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예컨데 연간 법인소득 100억원 정도인 기업이 미술품과 문화재를 65억원어치 기부하면 법인세를 전액 감해주자는 것이다.

정준모 위원장은 “박물관 및 미술관진흥법, 법인세법, 소득세법,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박물관과 미술관이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기부액을 법정기부금으로 인정해 감세 혜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은 미술품에 대한 기부액을 법정기부액으로 산입할 경우 개인은 소득세에서 기부액의 100%, 법인은 법인세에서 기부액의 50%를 손금 산입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정부는 문화재 및 미술품의 경우 객관적인 가격 산정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시행을 유보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미술품 기부에 세제 혜택을 주는 나라가 많다. 미국은 1917년부터 민간 및 공공미술관 기증 미술품의 평가액만큼 세금을 공제해주고 있다. 그래서 미국 유명미술관의 소장품 중 80% 정도가 기증품이다. 뉴욕현대미술관은 전체 운영자금의 70%, 보스턴미술관은 90%를 미술품 기부나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미술계가 이 같은 방안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 법안이 시행되면 내년 1월 미술품 양도세 과세를 앞두고 침체된 미술시장을 되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화랑협회장을 맡고 있는 표미선 표갤러리 대표는 “작품 판로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작가들이나 개관 이후에도 작품 구입비가 없어 애태우는 미술관, 박물관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겼다.

표 대표는 “미국 기업들이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미리 사서 몇 년 후 오른 시세대로 기부하고 세금 혜택을 받는 것을 보고 부러웠다”며 “국공립 미술관에도 이런 제도가 도입되면 굳이 국민 세금으로 작품을 살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화랑협회 차원에서 뜻을 모아 개정안 통과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겠다”고 덧붙였다.

이옥경 가나아트갤러리 대표는 “미술품 및 문화재, 유물의 기부에 이 같은 세제혜택이 주어진다면 시장의 규모가 늘어나고 불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계기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한국에도 세계적인 규모의 질과 양을 확보한 미술관, 박물관이 생겨난다는 점에서 국겨의 향상과 문화국가로서의 자긍심 그리고 문화복지의 기반시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