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들의 첫 TV토론은 개운치 않은 뒤끝을 남긴다. 처음부터 주요 현안들에 대한 후보들 간의 심층토론을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도무지 진지성과 긴장감을 가질 수 없었던 토론회였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사이에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끼어 자리를 같이한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잘못된 일이었다. 이 후보가 몸 담은 진보당은 당장 국제사회가 탄도 미사일로 간주하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을 나로호라고 부르며 북한 감싸안기에 여념이 없어 정상궤도를 이탈한 상황이다. 이 후보는 이날 “남북 공동어로구역과 서해 평화지대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 사실상 NLL을 무력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기 대통령 감을 고르라고 하는 TV토론에서 종북정당 후보의 궤변을 지켜봐야 하는 현실이 실로 참담하다.

더욱이 온 국민이 대선 투표까지 이런 TV토론을 꼼짝없이 두 번이나 더 봐야 한다. 중앙선관위가 유력 후보들의 TV토론회를 세 차례 열기로 하면서 초청 대상을 5석 이상의 국회 의석을 가진 정당의 후보로 정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6석의 의석을 가진 진보당의 이 후보는 다음에도 당당히 참석할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민주당이다. 지난 총선에서 소위 야권연대를 통해 애국가를 거부하는 종북세력이 국회에 진입할 수 있도록 교두보를 놓아줬던 숙주가 바로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이런 야권연대에 대해 여태 사과 한마디 없었다. 문 후보와 민주당은 대선을 앞두고 이 후보의 진보당과 선을 그으려 애쓰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결코 원죄가 씻어지지 않는다.

정치적 연대라는 후진적 패러다임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한국 정치다. 연대라는 게 결국 표를 더 얻고 보자는 정략적 야합에 불과하다. 정통 야당인 민주당이 총선에선 종북, 대선에선 안철수와 손잡으려고 했던 것도 그렇다. 문 후보가 출마를 포기한 안철수 지지자들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것도 그래서다. 이런 식의 연대라면 장차 김용민 식의 막말을 내뱉는 인사나 간첩의 레토릭을 TV로 지켜봐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정권을 잡아보고도 국가 경영의 엄중함을 모르는 모양이다. 우리 정치는 언제쯤 국민의 보편적 가치에 수렴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