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근래에 보기 힘든 총체적 난국에 처해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계속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잇단 검사들의 비리 불법은 검찰 수뇌부의 갈등과 검찰총장 사퇴로 이어지면서 검찰의 위상을 크게 실추시키고 있다. 더구나 대선 후보들은 검찰 개혁을 중요한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상설특검제 또는 공직자비리수사처의 설치 등 다양한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국민들도 검찰 개혁의 필요성과 방법론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검찰의 문제가 이제는 우연한 일회성 사건으로 치부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으며, 제도 개혁을 통한 해결이 요구된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요구되는 검찰 개혁의 방향은 단기적 대책과 중장기적 대책으로 나누어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단기적 대책으로는 검사들의 임용 및 관리감독 체계의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단순히 법률적 지식만을 평가해 검사로 임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감과 소명의식을 제대로 평가하는 작업이 중요해졌다. 또 검사로 임용된 이후에도 ‘제 식구 감싸기’에 연연하기보다는 검찰 내부에서부터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불법 및 비리의 가능성 자체를 최소화시켜야 할 것이다.

중장기적 대책으로 검찰의 조직과 권한을 조정하는 것 역시 시급히 검토돼야 한다. 비대해진 검찰의 조직과 권한이 자정능력을 상실함으로 인해 검찰권 오·남용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볼 때,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조직과 권한을 축소하거나 효과적인 통제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대선 후보들이 제시하고 있는 검찰 개혁안에서는 중장기적 대책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제한하는 방안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검찰의 권한을 공소권으로 축소시키는 방안이 대립되고 있는가 하면, 차관급인 검사장 숫자를 대폭 줄이는 안이 제시되기도 한다. 또한 상설특검이나 공수처 설치를 통해 검찰권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모색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제시되는 검찰 개혁안들 중에서 새로운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개혁이 어려운 점도 있지만, 이미 시도됐다가 폐기된 방안을 다시 들고 나와야 할 정도로 대안이 없는 것인지 아쉬움이 많다.

상설특검제와 공수처는 특정 사안에 대한 제한된 수사권만 부여할 경우 조직과 인력의 규모 및 전문성이 충분히 갖춰지기 어렵고, 규모를 확대할 경우에는 옥상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인력 충원을 검찰에서 할 경우 과연 어느 정도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인정하는 가운데 직접수사권을 제한한다면 이는 검찰권에 대한 통제의 실효성이 문제될 수 있을 것이다. 또 검찰권을 공소권으로 축소시키는 일은 경찰 수사권 독립을 전제하는 것으로서 그 방향성에서는 타당할지라도 당장 실현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점에서 그 단계적 실현을 위한 로드맵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다. 이를 위해 검찰총장의 임명에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치게 했고 임기를 법률로 정했지만, 그 실효성은 크지 않으며 정치검찰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불식되지 않은 상황이다. 차라리 대선 후보들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한 공약을 당선 전에 합의함으로써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를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가장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자칫 구호에 그칠 수 있는 검찰 개혁방안을 실행으로 이끌기 위한 담보를 잡는 길이다.

검찰 개혁은 검찰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검찰의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다. 정치 개혁을 통해 또는 교육 개혁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듯이 검찰 또한 개혁을 통해 새로운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불안과 불만을 잠재우고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국가기관의 위상은 권한이 얼마나 큰지가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얼마나 많이 얻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장영수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jamta@kore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