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만 딴소리 해도 다들 투표장 가면 박근혜 찍습니데이. 두고 보이소.”(이현주·55) “부산은 더 이상 새누리당 지역이 아니라예. 문재인 후보 찍을낍니더.”(신중일·32)

부산·경남(PK) 지역 민심이 18대 대선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대선 때만 해도 새누리당 텃밭으로 분류된 곳이지만 4·11 총선을 기점으로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격전지’가 됐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초기에 부산을 잇따라 찾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30일 현장에서 만나본 부산시민의 민심은 지역과 세대 등에 따라 팽팽하게 맞섰다. 50대 이상에서는 박 후보 지지세가 강했다. 자신을 자영업자라고 소개한 문모씨(58)는 “문 후보가 부산 출신이라 일부는 흔들리겠지만 50대 이상에선 대부분 박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서동시장의 한 아주머니는 “박 후보를 보니 연예인을 보는 것 같다”며 “누가 뭐라 해도 부산은 새누리당”이라고 말했다.

반면 젊은 세대일수록, 부산 서쪽 지역으로 갈수록 “문 후보를 찍겠다”는 이들이 많아졌다. 대학생 이정열 씨(25)는 “2030세대 중에는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지지자가 많았다”며 “나를 포함한 안 전 원장 지지자들이 지금은 어느 누구도 지지하지 않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문 후보로 쏠릴 것 같다”고 말했다. 문 후보 지역구인 사상구 내 한 쇼핑몰에서 만난 김모씨(41)는 “지금까지는 새누리당 후보를 찍었지만 이번엔 문 후보를 찍을 예정”이라고 했다.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관심은 상당했다. 부전동에서 청소용역일을 하는 이현주 씨는 “노무현 정부가 말만 PK정부였지 부산에 도대체 뭘 해줬느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금정구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박상훈 씨(41)는 “신공항 문제는 자존심과 지역경제 활성화가 동시에 걸려 있다”며 “신공항에 대해 적극적인 후보가 있으면 자연히 그쪽으로 표가 쏠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병원에서 일하는 신중일 씨는 “신공항이 지역에선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선거용 공약일 가능성이 높아 그것을 갖고 후보를 결정하는 사람이 많을지는 의문”이라며 “일부에서는 ‘신공항이 꼭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PK지역 지지율이 박 후보 쪽으로 약간 쏠리는 분위기다. 안 전 원장의 무소속 후보 사퇴 이후 특히 그렇다. 이번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의 지지율은 50%대 초반, 문 후보는 30%대 중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까지만 해도 박 후보와 야권 후보들 간 지지율은 5%포인트 격차까지 좁혀졌었다.

한국갤럽이 지난 26~3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PK지역에서 박 후보가 53%, 문 후보가 35%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부산=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