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세븐일레븐이 8만4900원짜리 저가 알뜰폰(MVNO·이동통신재판매)을 판매한다. 편의점에서 휴대폰을 팔거나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알뜰폰을 직접 판매하는 것은 처음이다.

세븐일레븐은 이동전화업체 (주)프리피아와 통신업체 SK텔링크와 협업을 통해 알뜰폰 ‘세컨드(2nd)’를 29일부터 판매한다고 28일 밝혔다. 우선 서울 중구에 있는 20개 매장에서 팔고, 내달 6일부터 전국 7000여개 매장으로 판매처를 확대한다.

세컨드는 가입비나 약정 없이 8만4900원에 일괄적으로 판다. 국내에서 시판 중인 휴대폰(중고폰 제외) 중 가장 싸다는 설명이다. 국내 알뜰폰으로 주로 사용되는 피처폰(스마트폰보다 낮은 연산능력을 가진 저성능 휴대폰) 가격은 20만~30만원대다. 프리피아가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중국 선전에 있는 공장에서 만들었다.

SK텔링크의 MVNO를 통신망으로 사용해 요금도 저렴하다. MVNO는 기존 이동통신사가 설치한 망을 빌려 쓰기 때문에 이동통신 사업에 필요한 주파수 대금과 망 투자비가 들지 않아 일반적으로 요금이 싸다.

대부분의 휴대폰 통신요금이 후불제인 것과는 달리 세컨드는 선불형 이동전화시스템을 적용했다. 제품 구입시 1만원이 충전된 국내용 유심 카드를 제공한다. 대리점 방문 없이 온라인이나 전화를 통해 가입을 완료하면 10분 안에 개통된다. 가입 후 신용카드와 계좌이체, ARS(자동응답시스템) 등을 통해 사용 요금을 추가로 충전할 수 있다. 통신요금은 월 기본료가 0원이면 초당 3.64원, 9000원이면 초당 1.64원이다. KT 슬림요금제(기본료 9500원, 초당 요금 2.8원)에 비해 40%가량 싸다.

세컨드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최초로 ‘듀얼 유심’(유심을 꽂는 슬롯이 두 군데)을 적용한 것이다. 국내용은 물론 해외용 유심 슬롯이 별도로 있어 해외에서 현지 선불제용 유심 카드를 구입해 꽂으면 한국 전화번호와 현지 전화번호를 하나의 휴대폰으로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세컨드는 제품명대로 스마트폰을 주로 사용하면서 업무용이나 개인용으로 전화번호가 추가로 필요한 ‘세컨드폰’ 수요자를 주 고객층으로 삼고 있다. 오재용 세븐일레븐 서비스팀장은 “휴대폰을 약정 없이 저렴하게 사용하길 원하는 사람이나 스마트폰 중독을 우려해 아이들에게 일반 휴대폰을 사주려는 부모 등도 타깃”이라며 “낮은 가격과 가입·사용의 편리성 등으로 알뜰폰과 선불 이동전화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