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거래자 3명 중 1명은 자산을 가장 많이 예치한 은행과 평소 자주 거래하는 은행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기술(IT) 발전으로 상품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데다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면서 한 은행에만 정착하지 않는 ‘파이낸셜 노매드(financial nomad·금융 유목민)’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파이낸셜 노매드 시대, 국내 금융소비자의 금융 이용 행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지난 9~10월 전국의 은행 계좌 보유자 15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것이다. 파이낸셜 노매드란 본인에게 적합한 금융상품을 찾아 언제든지 기존 거래 은행을 떠나 다른 은행과 거래하면서 이익을 추구하는 금융소비자를 뜻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 거래자의 30%는 자산을 많이 예치한 은행과 자주 거래하는 은행이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29~38세(Y세대)의 불일치 비율이 약 40%로 가장 높다. 반면 39~49세(X세대)는 이 비율이 24.5%로 가장 낮았다.

오영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IT 숙련도가 높은 데다 자산 축적기인 Y세대는 상품 가입 전 인터넷 등으로 정보를 가장 많이 탐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X세대는 금융부채가 가장 많은 계층으로 대출받은 은행이 아닌 다른 은행과 거래할 경우 불이익 등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보유한 금융자산의 규모가 큰 경우에도 ‘금융 유목민’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자산 5억원 이상 고객의 45.5%는 단순히 기존에 거래하던 은행 상품이어서가 아니라 수익률과 혜택 등 상품성을 기준으로 금융상품을 선택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자산 1000만원 미만 고객 가운데 같은 답변을 한 비율은 18.9%에 그쳤다.

오 수석연구원은 “저성장·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금리 등 수익률에 대한 민감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며 “보유 금융자산이 많은 경우 작은 금리 차이에도 수익률이 현저히 달라질 수 있어 유목민 성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