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임원 인사를 앞두고 대부분의 금융사 임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임기 만료 임원 숫자가 많은 데다 금융사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추세여서 임기가 남아 있는 임원조차 자리를 보전할지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 정국까지 겹쳐 지배구조가 불안정한 4대 금융그룹의 인사가 어떻게 이뤄질지 주목된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KB, 우리, 신한, 하나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와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들에서 내년 3월까지 임기가 끝나는 임원만 56명이다. 여기에 외환은행과 기업은행을 비롯해 지방은행, 보험·카드업계까지 포함하면 인사 대상자가 100명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은 각각 10명이 넘는 임원의 임기가 끝나 큰 폭 인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임원 인사를 앞두고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일각에서는 외부 청탁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인사 시점이 대선 후로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올 연말과 내년 초 은행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인사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폭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그룹만 하더라도 노무현 정권이 끝났을 때 박병원 전 회장(현 은행연합회장)과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의 일괄 사표를 받았다”며 “새 정권이 들어서면 그룹과 계열사의 최고경영진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금융권에선 개별 은행과 금융지주사의 CEO 이름이 거론되면서 대선 후보 측에 줄을 대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인사권을 쥐고 있는 우리금융 회장을 노리는 사람이 십여명을 웃돈다는 얘기도 공공연하다.

대규모 인사 태풍이 불 가능성이 커지자 임기 만료를 앞둔 일부 은행 부행장 중에는 퇴직 이후를 준비하는 이들도 있다.

한편 초저금리가 이어지면서 비상이 걸린 보험업계 인사도 관심거리다. 금리 하락으로 역마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여느 때보다 큰 폭의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에 대규모 인사 바람이 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박신영/조재길/이상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