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패배자' 安에 또 기대는 대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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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식 정치부 차장 yshong@hankyung.com
“문재인의 ‘운명’은 안철수의 생각에 달렸다.” 한 네티즌은 지난 23일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 후보직 사퇴 직후 이렇게 평가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자서전 ‘운명’을 빗댄 글로 지금 돌아가고 있는 대선판 핵심을 정확하게 짚었다. 안 전 원장 사퇴 이후 여론의 최대 관심은 그의 지지자들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 후보 쪽으로 각각 얼마나 옮겨가느냐였다. 박 후보와 문 후보 가운데 누가 우세하느냐는 오히려 후순위로 밀렸다.
정치권은 안 전 원장의 입에 온통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안철수 없는 민주당 대선은 없다”고 할 정도다. 안 전 원장 지지자 가운데 절반 정도만 문 후보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나면서 비상이 걸린 것이다.
여도 야도 ‘안철수 띄우기’
문 후보는 몸이 달 수밖에 없다. 연일 ‘안철수 뜻대로’를 외치고 있다. 안 전 원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국민연대’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단일화 협상에서 끝까지 양보하지 않았던 태도와는 180도 달라졌다. 안 전 원장의 양보로 야권 단일후보직을 얻은 문 후보는 이제 그의 지원까지 끌어내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할 처지다. 지난 27일 부산 유세에서 문 후보는 “안 전 원장의 눈물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안 전 원장은 28일 캠프 관계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문 후보 지원 여부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시 잠행에 들어가 민주당은 속을 더 태우게 됐다.
새누리당도 안 전 원장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안 전 원장이 사퇴선언을 한 데 대한 논평을 내기 전 여러 차례 문구를 고쳤다고 한다. 민주당과 안 전 원장 모두를 ‘구태’로 몰려고 했다가 번복했다. ‘안 전 원장의 새정치가 민주당의 구태에 막혔다’는 게 최종 내용이었다. 사퇴 직전까지 거세게 비판했던 새누리당이 안 전 원장을 ‘새정치 구현자’로 치켜세웠다. 안 전 원장 지지층 잡기의 일환이었다.
이렇게 안 전 원장은 대선판에서 내려오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극대화시켰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내쫓았다(死孔明走生仲達)’는 고사성어를 연상케 한다. 제갈공명이 죽기 전 자신의 좌상을 만들었는데, 훗날 공명의 죽음을 전해듣고 추격하던 사마중달이 이를 보고 퇴각했다는 얘기다. 단일화 패배자 안 전 원장이 여전히 정치권의 중심에 서 있는 상황과 판박이다.
‘종속변수’ 탈피 비전 보여야
안 전 원장은 ‘죽은 공명’에 머물지 않을 듯하다. 그는 지난 20일 토론회에서 조동화의 시를 읊었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마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그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내게 주어진 시대의 소명, 결코 잊지 않겠다”고 했다. 캠프 관계자들에겐 “빚을 다 갚아 나가겠다”고 했다. 어떤 형식으로든 정치권 중심에 서겠다는 뜻이다. 물론 ‘안철수 현상’이 정치권에 던진 의미는 되새겨 봐야 한다. 기성 정치에 대한 염증, 새 정치 갈망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치권이 ‘안철수 현상’의 토양을 만들어 낸 셈이다.
그렇더라도 문 후보가 하차한 안 전 원장에게 ‘운명’을 맡기는 꼴은 스스로 생존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과 다름 아니다. ‘안철수 현상’을 뛰어넘지 못한다면 새 정치를 갈구하는 유권자들에게 대안세력으로 다가가기 힘들 것이다. 여전히 ‘안철수의 종속변수’에 머물면서 수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 집권한들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홍영식 정치부 차장 yshong@hankyung.com
정치권은 안 전 원장의 입에 온통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안철수 없는 민주당 대선은 없다”고 할 정도다. 안 전 원장 지지자 가운데 절반 정도만 문 후보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나면서 비상이 걸린 것이다.
여도 야도 ‘안철수 띄우기’
문 후보는 몸이 달 수밖에 없다. 연일 ‘안철수 뜻대로’를 외치고 있다. 안 전 원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국민연대’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단일화 협상에서 끝까지 양보하지 않았던 태도와는 180도 달라졌다. 안 전 원장의 양보로 야권 단일후보직을 얻은 문 후보는 이제 그의 지원까지 끌어내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할 처지다. 지난 27일 부산 유세에서 문 후보는 “안 전 원장의 눈물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안 전 원장은 28일 캠프 관계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문 후보 지원 여부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시 잠행에 들어가 민주당은 속을 더 태우게 됐다.
새누리당도 안 전 원장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안 전 원장이 사퇴선언을 한 데 대한 논평을 내기 전 여러 차례 문구를 고쳤다고 한다. 민주당과 안 전 원장 모두를 ‘구태’로 몰려고 했다가 번복했다. ‘안 전 원장의 새정치가 민주당의 구태에 막혔다’는 게 최종 내용이었다. 사퇴 직전까지 거세게 비판했던 새누리당이 안 전 원장을 ‘새정치 구현자’로 치켜세웠다. 안 전 원장 지지층 잡기의 일환이었다.
이렇게 안 전 원장은 대선판에서 내려오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극대화시켰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내쫓았다(死孔明走生仲達)’는 고사성어를 연상케 한다. 제갈공명이 죽기 전 자신의 좌상을 만들었는데, 훗날 공명의 죽음을 전해듣고 추격하던 사마중달이 이를 보고 퇴각했다는 얘기다. 단일화 패배자 안 전 원장이 여전히 정치권의 중심에 서 있는 상황과 판박이다.
‘종속변수’ 탈피 비전 보여야
안 전 원장은 ‘죽은 공명’에 머물지 않을 듯하다. 그는 지난 20일 토론회에서 조동화의 시를 읊었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마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그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내게 주어진 시대의 소명, 결코 잊지 않겠다”고 했다. 캠프 관계자들에겐 “빚을 다 갚아 나가겠다”고 했다. 어떤 형식으로든 정치권 중심에 서겠다는 뜻이다. 물론 ‘안철수 현상’이 정치권에 던진 의미는 되새겨 봐야 한다. 기성 정치에 대한 염증, 새 정치 갈망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치권이 ‘안철수 현상’의 토양을 만들어 낸 셈이다.
그렇더라도 문 후보가 하차한 안 전 원장에게 ‘운명’을 맡기는 꼴은 스스로 생존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과 다름 아니다. ‘안철수 현상’을 뛰어넘지 못한다면 새 정치를 갈구하는 유권자들에게 대안세력으로 다가가기 힘들 것이다. 여전히 ‘안철수의 종속변수’에 머물면서 수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 집권한들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홍영식 정치부 차장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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