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소형 아파트…이젠 '투룸'이 뜬다
다음달 서울 문정동에서 공급 예정인 오피스텔 ‘송파 아이파크’ 마케팅 담당자는 사전 수요조사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주력으로 내세운 ‘원룸형’ 대신 분양이 제대로 될지 걱정했던 ‘투룸’에 수요자의 80%가량이 몰려서다. 그동안 주택시장에서 비중이 낮았던 방 2칸짜리 ‘투룸형 주거’가 소형 전세난 해소 대안으로 떠오르는 등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투룸배치단지 분양 호조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투룸 형태의 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계룡건설이 서울지하철 2·5호선 영등포구청역 인근에 공급한 ‘영등포 계룡 리슈빌’(441가구)은 업계에서 ‘실험단지’로 주목받았다. 철도사원아파트를 재건축한 이 단지는 원룸형이 아닌 투룸짜리 도시형 생활주택을 넣었다. 소형 아파트 수요층을 겨냥하고 아파트 수준의 편의시설과 서비스 공간을 제공한 것이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수익형 임대주택’이란 이미지와 달리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분양 시작 두 달 만에 80% 넘는 계약률을 기록했다.

서울 왕십리 뉴타운2구역에서 공급된 전용 55㎡도 가장 먼저 계약을 마쳤다. 방 한 칸과 거실로 구성된 잠실 리센츠 27㎡는 최초 공급 때 1억9000만원대에도 미분양됐지만 지금은 4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도 투룸 아파트를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이 나오는 이유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가락시영도 일반·조합 분양 가구에 방 2칸짜리 39·49㎡를 1074가구나 포함시켰다.

일부 대형 건설업체도 소형 주택 개발에 착수했다. GS건설은 2인 가구 증가세를 고려하고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40~42㎡ 등 새로운 평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에 적용되던 40㎡ 임대형 평면과 별도로 일반 수요자의 눈높이를 맞춘 투룸 평면을 개발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투룸 수요 지속 증가

투룸 주택이 인기를 끄는 것은 아파트 수준의 품질을 원하는 2~3인 가구에 맞는 주택이 마땅치 않아서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구 구조 통계(2010년 기준)에 따르면 4인가구는 22.5%에 불과한 반면 2인가구(24.3%)와 3인가구(21.3%)를 합치면 전체 가구의 절반에 가깝다.

그러나 그동안 방이 두 칸인 전용 30~58㎡짜리 주택 공급은 미미했다. 최근 공급되는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도 대부분 전용면적 30㎡ 이하 원룸 형태다. 아파트는 임대주택을 제외하면 대부분 단지에서 가장 작은 주택형이 방 세 칸짜리인 59㎡다. 주택 정책을 관할하는 국토해양부와 서울시는 소형을 ‘60㎡ 이하 아파트’로만 분류할 뿐 수요가 많은 투룸주택에 대한 정보는 없는 실정이다.

신혼부부나 한 자녀를 둔 가족은 대부분 전용 59㎡에 몰려 소형 전셋값은 고공행진이다. 지난달 입주한 서울 북가좌동 래미안e편한세상 59㎡의 전셋값은 2억2000만원 선으로 84㎡와 불과 3000만원 차이가 날 뿐이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소형 주택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주택이 공급돼야 한다”며 “주거 품질이 열악한 원룸보다는 2~3인 가구가 살 수 있는 투룸 주택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