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대학생과 학부모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내놓은 대표적인 공약은 ‘반값등록금’이다. 두 후보 모두 같은 단어를 쓰지만 지원 방식과 재원 확보에서 큰 차이가 있다.

박 후보는 무차별 지원이 아닌 소득 수준별로 차등 지원을 내세우고 있다.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대학생에게는 등록금 전액을 지원해주고, 하위 20~40%에는 75%, 하위 40~70%엔 50%, 하위 70~80%엔 25%를 각각 지원한다는 것이다. 나머지 상위 20%는 현재 시행 중인 든든학자금(ICL) 대출을 지원하되 연 3.9%인 이자율을 점차 낮춰 부담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비해 문 후보는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대학생들의 등록금 절반을 정부 재정으로 지원해주겠다고 공약했다. 첫해엔 국·공립대부터 먼저 도입하고, 이듬해부터 사립대로 넓혀 집권 2년 안에 모든 대학의 등록금을 반으로 낮추겠다는 생각이다.

박 후보 측은 문 후보의 반값등록금 공약이 “무조건 퍼주겠다는 포퓰리즘의 전형이며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공격한다.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은 “문 후보 공약대로라면 회계 부정이 심한 부실 대학까지 정부 돈으로 지원해주는 꼴이 돼 대학 구조조정을 막는 역효과가 우려된다”며 “저소득층 학생이나 부유한 학생이나 똑같이 학비를 깎아주자는 것은 선진국 어디에도 없는 이상한 정책”이라고 공격했다.

반면 문 후보 측은 박 후보의 공약을 “무늬만 반값등록금”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문 후보는 지난 7일 조선대 강연에서 “말은 반값등록금이지만 대학 장학금을 늘려서 실질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며 “등록금을 아예 반값으로 낮추겠다는 저의 공약하고는 다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원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현재 연간 대학 등록금 총액은 14조원가량이다. 박 후보는 반값등록금을 위해 연간 7조원이 필요한데 4조원은 정부 재정으로 충당하고 2조원은 각 대학의 자체 장학금, 나머지 1조원은 대학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식의 자구노력을 통해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에 비해 문 후보는 전체 대학의 반값등록금을 실현하는 데 연간 5조6000억~5조7000억원 정도 필요한 것으로 추산한다. 현재 각종 장학제도로 3조원을 충당하고 나머지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으로 마련하자는 것이다.

정진곤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박 후보의 경우 1조원을 대학 자구노력을 통해 마련한다고 했지만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문 후보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만든다고 했는데 한번 만들면 예산의 경직성 때문에 나중에 없애기도 어려워 예산 당국의 반대에 부딪칠 뿐 아니라 첫해의 경우 사립대 저소득층 학생은 혜택도 못받는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역시 “박 후보의 맞춤형 반값등록금은 현실성과 타당성이 높지만 대학이 자체 부담하는 재원 마련 부분의 설득력이 약하다”며 “문 후보는 한정된 재원을 고소득층 자녀에게까지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현실성과 타당성이 낮고 모든 재원을 국민 세금인 나랏돈으로 메운다는 것 역시 무책임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정종태/이호기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