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역 9번 출구를 나서면 이어지는 ‘서초대로 77길’. 500m가 채 안되는 이 길을 따라 스타벅스, 커피빈 등 커피전문점이 늘어서 있다. 커피빈 매장 3곳, 스타벅스 2곳, 카페베네와 엔제리너스가 각각 1곳씩 꿰차고 있다. 유동 인구가 집중된 '강남대로' 주변, '테헤란로 1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5대 커피전문점으로 알려진 스타벅스, 커피빈, 카페베네, 엔제리너스, 할리스의 경우 강남구에만 180여개가 있다. 부산광역시 전체 매장수인 199개와 맞먹는다. 커피전문점 '과포화' 시대다.

27일 KB경영연구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2006년 말 1500여개이던 커피전문점은 2011년 말 1만2381개로 늘었다. 2012년 말에는 1만5000여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011년 기준 커피전문점 시장은 약 2조8000억 원에 달한다. 스타벅스 1호점이 국내에 문을 연 1999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21.6%의 성장세를 보였다.

커피빈 매장은 강남역 인근에 모두 9개가 있다. ‘강남대로점’부터 ‘강남대로센터점’까지 직경 800m가량 내에 모두 있다. 스타벅스는 직경 640m 내에 3개 점이, 카페베네는 직경 860m 내에 4개 점이 분포해 있다. 엔제리너스는 6개 점이 직경 1.1km 이내에 들어 있다.

대학가가 몰려있는 신촌에는 스타벅스가 압도적으로 많다. 스타벅스는 ‘신촌명물거리점’을 기준으로 반경 280m 이내에 총 7개의 매장이 있다. 연세로와 명물거리에만 4개의 매장이 있다. 카페베네와 커피빈도 신촌역 인근에 각각 3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신촌역을 따라 유동인구가 집중되는 연세로에만 스타벅스, 커피빈을 비롯해 11개의 커피전문점 매장이 늘어서 있다.

신촌의 한 커피전문점 매니저는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다보니 제 살 깎아 먹는 형국이 됐다”고 토로했다.

정부도 커피전문점 '포화' 상태를 진압하기 위해 나섰다.

지난 2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존 가맹점에서 500m 이내 신규 출점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커피전문점 업종의 모범거래기준'을 마련했다. 하지만 직영점만을 운영하는 스타벅스, 커피빈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역차별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한경닷컴 정혁현 기자 chh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