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제FRM(자산위험관리사) 1차 합격한 상태입니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지난해 11월 말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인턴 1차면접장에서 진희상 씨(연세대 응용통계학과 졸업·25) 답변엔 여유가 있었다. ‘한화생명 자산운용파트에 입사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했습니까’라는 면접관의 질문에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증권3종(증권투자상담사·펀드투자상담사·파생상품투자상담사) 자격증을 땄고 게다가 국제FRM 공부를 하면서 얻은 탄탄한 재무회계 지식을 쌓았기에 전공관련 질문에도 소신껏 대답할 수 있었다. 진씨는 올 1~2월 8주간의 인턴을 통해 8월 졸업 전에 일찌감치 한화생명 입사 합격을 통보받았다. 또한 국제FRM 2차까지 합격했다. 양형준 인사팀 매니저는 “진씨는 인턴기간 중 높은 업무성실성을 인정받았으며 동료들 사이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었다”며 잡인터뷰 대상자로 뽑힌 이유를 설명했다. 진씨는 현재 투자전략본부 투자관리팀에서 부동산 파트 심사역으로 일하고 있다.

인터뷰는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서울 여의도 한화생명 63빌딩 7층에서 진행됐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9일 한화그룹 창립 60주년을 맞아 대한생명 인수 10년만에 한화생명으로 이름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했다. 김명환 홍보과장은 “대한생명이 66년간 지켜온 소중한 전통과 경험은 새 출발하는 한화생명의 가장 큰 자산이자 기회”라며 “이를 승계해 고객의 든든한 동반자로서,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보험사 한화생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사명 변경 취지를 설명했다.

◆부모님이 가르쳐주신 ‘생각하는 힘’

진씨의 ‘한화생명 입사 선택’은 스스로의 판단에 의한 것이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자주 말씀하셨어요. 부모님은 언제나 저의 선택을 존중해 주셨고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하셨지요.” 언제나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습관은 공부와 직장선택에서 오히려 빛을 발했다. “저의 선택에 책임감을 느꼈기에 공부도 더 열심히 했습니다. 직장 선택에서도 진짜 제가 좋아하는 직무를 택할 수 있었고 입사를 위해 준비했던 것 같아요.” 진씨의 대학 4년 평균학점은 4.3만점에 3.85점이었다.

그가 가정에서 배운 또 하나의 장점은 ‘베풂’이었다. “누나는 가벼운 지적장애를 갖고 있어요. 누나를 돕기 위해 SK텔레콤 봉사단체 ‘써니’에서 팀장을 맡아 장애인 사회활동을 도왔어요. 누나를 돕기 위한 활동이 제 자신의 습관을 바꾼 계기가 됐죠.”

◆8주 인턴생활 ‘여기가 내 회사구나’

대학 7학기 때인 지난해 가을 진로를 고민하다 찾은 한화생명 채용설명회는 그에게 또 다른 기회를 열어줬다. “수학을 좋아해 통계학과에 갔기에 막연히 금융관련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보험사에도 자산운용파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막연히 보험사하면 보험 판매만 생각했는데 생각이 바뀐 계기였어요.”

서류전형에선 기존의 증권3종 자격증과 국제FRM 1차 합격의 덕을 봤다. 수학에 강했던 진씨는 이공계용 한화 인·적성 검사 HAT(Hanwha Aptitude Test)를 봤다. “언어능력이 좀 약했는데 제겐 다행이었어요. 문제가 상당히 어렵더라고요. 3분의 1은 못 풀었어요. 그런데 못 풀었다고 찍지는 않았어요.”

이에 대해 김영순 인재개발파트장은 “HAT는 시간에 비해 문제가 많다. 못 풀었다고 찍으면 안 좋다”며 “시험은 상대평가여서 내가 어려우면 다른 사람도 어렵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고 조언했다.

올초의 인턴생활은 ‘한화생명이 내 회사구나’라는 확신을 심어줬다. “정식 사원이 아닌 인턴이었는데도 선배님들이 후배처럼 대해 주셨어요. 스키장도 함께 데려가고 회식자리에도 꼭 끼워주셨죠. 이미 입사한 느낌을 받았다니까요.”

국내 부동산 파트에서 인턴업무를 익힌 진씨는 입사 후 지금까지 같은 업무를 쭉 하고 있다. “인턴 중 마지막 프레젠테이션(PT) 평가를 받기 위해 준비했던 부동산 공부가 입사 후에 이렇게 유용할 줄은 몰랐어요. 이번에 인턴 합격한 분들도 지금 하는 일을 입사 후에도 계속 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일하면 좋을 것 같아요.”

◆신입사원의 덕목 ‘능력보다 태도’

그는 한화인이 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영어를 준비할 것을 부탁했다. “인턴 합격 후 영어공부를 좀 더 열심히 못한 게 아쉬워요. 요즘도 영어는 손에서 놓지 않으려고 합니다. 가능하다면 저도 해외 MBA(경영전문 석사)나 지역전문가로 한번 나가보고 싶은 꿈이 있어요.”

입사 3개월차인 진씨가 말하는 신입사원의 자질은 뭘까. “요즘 지원자들의 실력은 모두 월등한 것 같아요. 하지만 막상 입사해 보니 능력보다 태도더라고요. 직원들의 엑셀과 영어 실력이 뛰어나도 임원들 입장에선 꾸준히 더 열심히 배우려는 모습을 중시하는 것 같았습니다.”

5년째 연애 끝에 내년 4월 결혼을 앞둔 진씨의 꿈은 소박했다. “가정에선 아내를 이해하고 더 많이 베푸는 남편. 직장에선 후배를 잘 이끌고 부서 분위기를 밝고 활기차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가 가진 착한 꿈들이 꼭 이뤄지길 바란다.

공태윤 기자 이도희 한경잡앤스토리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