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애플의 싸움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애플이 디스플레이 메모리 등 부품 주문을 줄이자 삼성도 핵심 부품인 배터리 공급을 조절하며 반격에 나섰다.

26일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애플의 아이패드 10대 중 7대(71.8%)에 LG디스플레이가 만든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이 탑재됐다. 지난 3월엔 삼성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이 70%였고 LG디스플레이가 24%였으나 7개월 만에 정반대로 뒤집혔다. 아이패드 미니(7.9인치 LCD 패널)의 경우 삼성은 아예 납품하지 못한다. 지난달 7.9인치 LCD 패널 출하량 224만대 중 77.7%가 LG디스플레이 제품이었고, 22.3%는 대만 AU옵트로닉스 제품이었다.

전자업계는 애플이 특허소송 여파로 의도적으로 삼성 배제에 나선 것으로 해석한다. 애플은 올 상반기까지 모든 제품에 들어가던 삼성 메모리 주문을 대폭 축소, 현재 맥북에어에 들어가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외에는 삼성 제품을 쓰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대만 언론은 “애플이 삼성SDI로부터 배터리 공급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차이나비즈니스뉴스는 “중국 ATL, 리쉔배터리 등이 삼성SDI 대신 아이패드와 맥북용 배터리를 공급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삼성SDI가 공장을 100% 풀가동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마진이 적은 애플보다 다른 거래처에 우선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애플이 주문을 중단한 게 아니라 삼성SDI가 공급을 조절하고 있다는 얘기다.

폭발성이 있는 배터리는 터지면 치명적이다. 삼성SDI는 소형 2차전지 글로벌 시장 1위(지난 2분기 28% 점유율)로 2000년대 초반 배터리 사업을 시작한 뒤 한 건의 사고도 내지 않은 거의 유일한 업체다. 애플이 중국 업체들로부터 배터리 조달을 늘리자 인터넷 등에선 아이폰이 ‘아이펑’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삼성이 달라진 것은 이달부터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저자세를 보일 것 없다”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 사업부에서도 애플에 제값을 받아야 한다는 정서가 강하다. 삼성 스마트폰 점유율이 올라가 내부 물량을 대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삼성이 지난 21일 미국 법원에 아이폰5, 아이패드 미니 등을 특허침해 혐의로 추가 제소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애플은 한발 늦은 23일 갤럭시노트2 등 삼성 제품 6개를 추가 제소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