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4만분의 1의 꿈…그래도 2956명 '인생역전'
서울 상계동 스파편의점에는 매주 3만명가량이 로또를 사기 위해 몰려든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로또는 1주일에 평균 6만장(1장당 5게임까지 가능, 1게임당 1000원)이 넘는다. 전국 6400여곳의 로또 판매점 중 가장 많다. 지난 10년간 이 집에서만 17번이나 1등 당첨자가 나오면서 로또 마니아들 사이에서 ‘명당 중의 명당’으로 소문이 난 덕분이다. 김현길 편의점 사장은 “당첨 예상금이 많을 때는 로또를 사기 위해 2~3시간씩 줄을 서야 할 때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814만분의 1의 꿈…그래도 2956명 '인생역전'
오는 12월2일로 로또가 10번째 생일을 맞는다. ‘한탕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과 ‘1000원으로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오락’이라는 옹호론이 맞서는 가운데 로또는 지난 10년간 약 27조원어치가 팔렸다. 19세 이상 성인 남녀 한 사람이 평균 73만원어치를 샀다. 올해 1인당 평균 구매액은 7만1001원. 지난해(7만1659원)와 비슷하다.

1등 당첨 확률은 814만분의 1. 흔히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고 하지만 그 사이 총 2956명이 대박의 행운을 누렸다. 이는 19세 이상 성인 인구(올해 3972만8000명)의 0.007%, 즉 성인 10만명당 7명에 해당한다.

1등 당첨자는 어떤 사람들일까. 로또복권 수탁업자인 나눔로또가 지난해 1등 당첨자 342명 중 1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다. 그 결과 수도권에 거주(47%)하는 고졸 출신(45%)으로 월 평균 수입 300만원 미만(36%)의 40대(41%) 남성(77%) 자영업자(34%)가 가장 많았다. 이들이 로또를 사기 전 가장 많이 꾼 꿈은 ‘조상 꿈’이었다.

1등에게 지급된 당첨금은 총 6조3363억원으로 1인당 평균 21억4000만원이 돌아갔다. 역대 최고 당첨금은 2003년 4월12일(19회차) 407억2200만원이었다. 강원 춘천의 한 가판대에서 로또를 구입한 경찰관이 주인공이다. 그는 당첨금을 받아 30여억원을 기부하고 장학회를 설립하기도 했다.

1등 당첨번호 중 가장 많이 뽑힌 번호는 40번이었다. 총 520회 추첨에서 88번이나 나왔다. 20번(85회)과 37·34번(82회), 27·1번(80회)도 자주 등장했다.

상계동 스파편의점에 이은 로또 명당으로는 부산 동구의 부일카서비스(1등 당첨 15회), 경남 양산의 GS25양산문성점(7회), 경기 용인 로또휴게실(7회) 등이 꼽힌다.

로또에 대한 평가는 보는 시각에 따라 ‘하늘과 땅’ 차이다. 최승원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로또는 심리학적으로 중독성이 강하고 현실의 어려움을 한번에 뒤집으려는 환상을 충족시키는 수단의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반면 로또 옹호자들은 로또가 건전한 오락 수단이며 판매 수익 대부분이 공익사업에 쓰인다고 강조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로또는 국가가 공인한 오락으로 건전하게 즐긴다면 활력이 될 수 있다”며 “한탕주의가 문제이기는 하지만 정부나 사회가 막을 수 없고 개인이 건전한 오락으로 즐기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요즘은 미국에서도 로또 열풍이 뜨겁다. 지난 24일 밤 실시된 로또 ‘파워볼’ 추첨에서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당첨금이 이월됐기 때문이다. 다음주 당첨금은 역대 최고금액인 4억2500만달러(약 461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06년 네브래스카주의 한 식품업체 근로자가 차지했던 역대 최고 1등 당첨금 3억6500만달러를 훨씬 넘는 것이다. 파워볼 1등 당첨금이 이처럼 쌓인 것은 당첨 확률이 한국보다 훨씬 낮은 1억7500만분의 1에 달하기 때문이다.

주용석/김유미/김동현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