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 가치투자자로 꼽히는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자산운용본부장이 자사 대표 펀드 ‘신영마라톤’ 못지않게 주변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펀드가 어린이펀드인 ‘신영주니어경제박사’다. 설정액 88억원(지난 23일 기준) 규모의 이 ‘미니펀드’는 신영증권 창구를 통해서만 판매돼 일반투자자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펀드는 하지만 최근 3년간 40.94%의 수익률을 올려 457개 국내 주식형 액티브일반펀드 중 27위(에프앤가이드 집계)에 올라 있다. 허 본부장은 “독특한 운용 전략으로 견조하게 수익을 내고 있는 미니펀드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작은 고추가 맵다”

설정된 지 1년이 지난 설정액 50억원 미만 소규모 펀드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투자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청산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운용업계에서는 미니펀드라고 하더라도 설정액이 50억원 이상인 펀드에만 투자할 것을 권한다.

설정액 50억원 이상 150억원 미만의 국내 주식형 미니펀드 중 최근 3년간 연 7% 이상의 수익률을 꾸준히 올린 펀드는 어린이펀드 엄브렐러펀드 등 ‘틈새’ 펀드들이 상당수다. KB자산운용의 어린이펀드 ‘KB사과나무1’(설정액 56억원)은 최근 3년간 22.49%의 수익을 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엄브렐러’(88억원)도 같은 기간에 24.53%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정통 액티브펀드 가운데 설정일이 오래 지나면서 자금이 빠져나가 규모가 작아진 상품도 있다. 이런 상품 가운데도 과거 3년 이상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낸 펀드가 많기 때문에 주목해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003년 설정돼 만 10년이 지난 ‘삼성투모로우1’(96억원)은 최근 3년과 5년간 각각 39.06%와 31.01%의 수익률을 올렸다. 기업경쟁력이 강화돼 앞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턴어라운드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외국계 운용사 한국법인이 직접 운용하는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는 판매채널 확보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설정액 증가가 더딘 펀드도 있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의 ‘프랭클린템플턴오퍼튜니티’(57억원)는 최근 3년간 46.14%의 수익을 낸 중소형주 펀드다. 오호준 프랭클린템플턴 부장은 “투자 시점부터 5년 동안 주당순이익(EPS)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연평균 15%씩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성장형 중소형주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형주 편입 비중 높이는 데 한계

미니펀드는 ‘덩치’가 작다는 데서 오는 장·단점을 함께 갖고 있다. 설정액 규모가 작아 삼성전자와 같은 대형주 편입 비중을 충분히 늘릴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미국 연말 소비경기 회복으로 요즘같이 정보기술(IT) 업종 내 대형주들이 각광받을 때 충분히 수익률을 제고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면 시장 상황 변화에 재빨리 대응할 수 있는 것은 강점이다. 업종별 순환매가 빠르게 진행되는 장세가 펼쳐질 경우 미니펀드들이 유리할 수 있다. 강우신 기업은행 분당파크뷰지점장은 “미니펀드 가운데 유행에 휩쓸려 등장하는 테마펀드에 대한 투자는 지양해야 하지만 중·장기 수익률이 검증된 상품에는 전체 자산 중 일부를 투자해 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