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말에 비해 약 2.5배로 불어났다. 2007년 말 32조원이던 시가총액 2위 종목과의 격차도 최근엔 158조원으로 확대됐다.

코스닥시장에선 이 기간에 바이오 카지노 엔터테인먼트가 급부상하며 2007년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6개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 자리를 셀트리온 파라다이스 CJE&M 등이 점령했다. 스마트 기기 보급 확산으로 인터플렉스 파트론 등 관련 부품주들의 시총 순위도 수직 상승했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경제신문이 한국거래소에 의뢰해 최근(11월26일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을 금융위기 전인 2007년 말과 비교한 결과 나타났다.

◆삼성전자 독주체제 굳어진다

최근 5년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삼성전자의 지배력은 갈수록 더 강화되고 있다. 2007년 말 삼성전자 시총은 82조원이었다. 2위인 포스코(50조원)와의 격차는 32억원에 불과했다. 5년이 지난 지금 삼성전자 시총은 206조원으로 불어났다. 우선주를 포함하면 삼성전자의 시총은 225조원으로 나머지 2~10위 종목의 시총을 모두 합친 것(199조원)보다 많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해 ‘차·화·정(자동차 정유 화학)’ 장세에서 ‘전·차’(전기전자 자동차) 장세를 거쳐 이제는 삼성전자 원톱 체제로 증시가 개편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외에 현대차(9위→2위) SK하이닉스(20위→9위) LG화학(37위→6위) 등 주요 수출주도 순위가 5년 새 급상승했다.

이에 비해 은행주와 조선주는 몰락했다. 현대중공업은 2007년 말 시가총액 3위(34조원)였다. 그러나 2007년 말 불어닥친 조선업 불황 여파로 주가가 하락해 지금은 12위(약 15조원)로 추락했다. 5년 새 시총 절반가량이 날아갔다. 2007년 말 시총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신한지주(5위·21조원) 우리금융(10위·15조원) 등 은행주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중국 내수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오리온, ‘불황형 소비’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히는 GS리테일 등은 새롭게 시총 100위권에 진입한 반면 해운업 불황의 여파로 STX팬오션은 100위권 밑으로 떨어졌다.

◆코스닥시장, ‘바·카·라’ 전면 부상

2007년을 전후로 코스닥시장을 휩쓸었던 테마는 풍력과 온라인교육이었다. 풍력 단조업체 태웅은 2007년 말 코스닥 시총 3위에 올랐다. 2008년 12월 초에는 시총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풍력 열풍이 사그라지면서 시총 순위는 70위로 떨어졌다. 다른 풍력업체인 유니슨(8위→72위)과 현진소재(17위→258위)도 마찬가지다. 온라인교육업체들도 성장의 한계와 사교육 규제로 타격을 받았다. 메가스터디는 2위에서 35위로, 크레듀는 10위에서 100위로 밀려났다.

이 자리를 채운 건 바이오 엔터테인먼트 모바일게임 등이다. 셀트리온은 오알켐을 통해 우회상장하면서 2007년 말 시총 683위에서 1위로 올랐다. 젬백스도 592위던 카엘을 합병하면서 14위로 뛰어올랐다. 엔터테인먼트업체 에스엠은 381위에서 11위로 수직 상승했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인터플렉스(192위→12위) 파트론(220위→20위) 등이 떠올랐다. 씨젠(2010년 상장) 위메이드(2009년) 골프존(2011년) 게임빌(2009년) 와이지엔터테인먼트(2011년) 등 ‘초년병’들의 저력도 돋보였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정보기술(IT)부품주가 주도주로 떠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스몰캡팀장은 “바이오나 엔터주의 산업 전망은 나쁘지 않지만 올해 많이 올랐다”며 “삼성전자의 글로벌 지배력이 강화되고 있어 모바일 관련 IT부품주가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정훈 삼성증권 스몰캡팀장도 “내년에는 경기민감주 중에서 IT와 자동차 부품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1인 가구로의 변화와 관련된 필수소비재, 중국 내수 부양에 따른 소비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윤/임근호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