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에 쫓긴 단일화…주말께 여론조사
설문 문항 놓고 여전히 이견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여론조사 방식을 놓고 한치의 양보 없이 맞섰다. 양측 협상팀은 21일 오전 9시부터 회의를 열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정회와 속개를 거듭한 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가장 큰 쟁점은 설문 문항이다. 문 후보 측은 이날 단일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한발 물러 서서 단일후보 지지도를 묻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안 후보 측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의 양자 가상대결 방식의 원안을 고수했다. 지지도 방식은 “야권 단일후보로 누구를 지지하십니까”라고 물어 지지율이 높게 나온 후보를 선출하는 방안이다. 가상대결 방식은 ‘박 후보 vs 문 후보’, ‘박 후보 vs 안 후보’의 양자대결에서 경쟁력이 높은 후보를 단일후보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우리는 적합도에서 단순 지지도 조사로 수정안을 냈다”며 “안 후보 측에서도 수정안을 내야 간격을 좁혀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가상대결에 대해서는 “박 후보 지지자들이 (박 후보가 경쟁하기 상대적으로 쉽다고 판단하는 후보를 선택하는) 역선택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불합리한 조사”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가상대결은 내일 선거가 있다고 했을 때 누가 박 후보를 이길 수 있는지를 묻는 방식”이라며 “역선택의 부담은 있지만 역선택을 막는 게 우선이냐, 정권 교체를 묻는 게 우선이냐”고 반문했다. 역선택 가능성에 대한 부담을 감수해서라도 경쟁력조사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발언은 안 후보 측이 그동안 ‘역선택을 막기 위해 여론조사 모집단에서 박 후보 지지층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과 배치된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후보는 적합도 조사에서, 안 후보는 박 후보와의 가상대결 방식에서 우위를 점해왔다. 결국 두 후보가 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고 했지만 서로 유리한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 시기도 쟁점이다. 문 후보가 평일, 안 후보가 주말 조사에서 강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문 후보 측은 서둘러 평일에 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안 후보는 주말조사에 무게를 싣는다.
집전화와 휴대전화를 어떤 비율로 할지도 쟁점이다. 2002년에는 100% 집전화로 조사했지만 그동안 휴대전화 보급률이 높아져 두 가지를 혼합하는 방식이 불가피하다. 상대적으로 젊은층의 지지도가 높은 안 후보 측에서는 휴대전화 비율을 높이는 것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지만 문 후보 측 지지자들이 모바일 경선에 익숙하다는 점에서 반대 주장도 없지는 않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러 개를 선정한 뒤 최고 및 최저 결과를 제외한 나머지의 평균치를 적용하는 안이 거론된다. 오차범위 내 결과 때 무효화 여부, 여론조사 일시 및 문항 공개 여부, 합의사항 파기 시 제재 등도 쟁점이다.
안 후보는 이날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 토론회에서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을 경우 문 후보와 만나 두 사람이 푸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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