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입법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표만 의식해 시장을 왜곡하거나 시장원리에 반하는 법률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1일 전체회의를 열어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에 추가함으로써 각종 정책 및 재정 지원을 받도록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이 갈등 조정은커녕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다. 법안 통과에 반대한 국토해양부의 한 관계자는 “버스업계의 반발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대선을 앞두고 전국 택시업계 표가 더 많고 택시기사를 통한 구전 효과가 더 크다는 계산 때문에 여야가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는 이 법안이 시행되면 정부 재정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여야는 법안 개정에 따라 버스 지원금 축소를 우려한 버스업계의 반발이 심해지자 “버스업계의 불이익이 없도록 명확히 할 것”(이윤석 민주당 의원)이라고 밝혀 추가 재정 투입을 예고하고 있다.

법사위는 이날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의 의무 휴업일을 월 3일까지로 늘리고 영업시간 제한을 4시간 확대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을 현행 ‘밤 12시~오전 8시’에서 ‘밤 10시~오전 10시’까지로 4시간 확대하고, 매월 1회 이상 2일 이내인 의무 휴업일도 3일 이내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법안 상정에 반대해 단체행동에 나설 태세다. ‘대형마트 농어민·중소기업·임대상인 생존대책위원회’(가칭)는 22일 오후 4시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유통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생존대책위원회 대표를 맡고 있는 이대영 우영농장 사장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농어민과 입점 상인, 중소기업의 피해를 무시하고 소비자 편의를 도외시하는 악법”이라며 “영업규제 강화는 우리에게는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고 주장했다.

국토해양위원회가 지난 15일 통과시킨 ‘부도 공공건설 임대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도 대표적인 표(票)퓰리즘 법안이다.

민간이 정부 지원 자금을 받아서 임대주택을 완공했거나 건설하는 도중 부도가 날 경우 세입자 임대보증금을 정부가 전액 물어주는 것이 주 내용.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사실상 모든 임대주택의 부도를 정부가 책임지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농림식품위원회를 통과한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전부 개정안’ 역시 마찬가지다. 이 법안은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으로 발생한 기업들의 순이익 일정 부분을 환수해 피해를 보는 농어업인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등 24개 경제·업종별 단체는 21일 공동 성명을 내고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FTA 이익 산업에 대한 부담금 부과가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9%, 고용의 87.7%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큰 부담을 주고 FTA 활용 유인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해외 자본은 물론 외국에서 국내로 ‘유턴’하려는 우리나라 기업의 투자 유인을 약화시키고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기업의 이윤 창출에는 FTA에 의한 관세 인하뿐 아니라 기술개발 등 다른 요인도 작용한다”며 “FTA 효과만을 산출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종태/송태형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