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들이 떨어져 있다. 화려했지만 짧았던 날들을 뒤로하고 서늘한 땅 위에 몸을 뉘었다. 그런데 담장 옆 동그란 거울 속에 꽃잎들이 태어나고 자랐던 나무가 서 있다. 다시는 함께할 수 없는 줄 알았던 그들이 사진가 송순남의 프레임 안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우리 마음속엔 거울이 하나씩 숨겨져 있다. 그 속엔 이룰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의 꿈과 옛 사랑이 들어 있다. 우리는 가끔 그 거울을 살며시 들여다 보며 그리운 시절을 다시 만난다. 작가는 이런 우리의 속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 가슴속에 생생히 살아 있지만 닿을 수 없는 아름답고도 안타까운 풍경이다.

신경훈 편집위원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