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여론조사 방식을 놓고 한치의 양보 없이 맞섰다. 양측 협상팀은 21일 오전 9시부터 회의를 열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정회와 속개를 거듭했다. 플러스 알파로 거론됐던 공론조사 도입이 불발되면서 여론조사 방식만 남았다.

가장 큰 쟁점은 설문 문항이다. 문 후보 측은 단일후보 적합도, 안 후보 측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의 양자 가상대결 방식을 주장했다.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단일화 경선이란 건 문 후보와 안 후보 가운데 누가 더 나은지를 가리는 것”이라며 “선거일은 12월19일이다. 여론 방향과 추세를 나타내는 게 적합도 조사”라고 강조했다. 가상대결에 대해서는 “박 후보 지지자들이 (박 후보가 경쟁하기 상대적으로 쉽다고 판단하는 후보를 선택하는) 역선택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불합리한 조사”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가상대결은 내일 선거가 있다고 했을 때 누가 박 후보를 이길 수 있는지를 묻는 문구”라며 “역선택의 부담은 있지만 역선택을 막는 게 우선이냐, 정권 교체를 묻는 게 우선이냐”고 반문했다. 역선택 가능성에 대한 부담을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그의 발언은 안 후보 측이 그동안 ‘역선택을 막기 위해 여론조사 모집단에서 박 후보 지지층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과 배치된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후보는 적합도 조사에서, 안 후보는 박 후보와의 가상대결 방식에서 우위를 점해왔다. 결국 두 후보가 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고 했지만 서로 유리한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때는 경쟁력과 지지도를 섞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경쟁할 단일 후보로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문항이 채택됐다. 때문에 적합도와 경쟁력, 지지도를 혼합하는 선에서 절충안을 찾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여론조사 시기도 쟁점이다. 문 후보가 평일, 안 후보가 주말 조사에서 강세를 보였던 만큼 23, 24일로 절충될 것으로 예상된다.

집전화와 휴대전화를 어떤 비율로 섞을지도 관건이다. 2002년에는 100% 집전화로 조사했지만 그동안 휴대전화 보급률이 높아져 두 가지를 혼합하는 방식이 불가피하다. 상대적으로 젊은층의 지지도가 높은 안 후보 측에서는 휴대전화 비율을 높이는 것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지만 문 후보 측 지지자들이 모바일 경선에 익숙하다는 점에서 반대 주장도 나온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러 개를 선정한 뒤 최고 및 최저 결과를 제외한 나머지의 평균치를 적용하는 안이 거론된다. 오차범위 내 결과 때 규정, 여론조사 일시 및 문항 공개 여부, 합의사항 파기 시 불이익 여부 등도 쟁점이다.

여론조사 협상의 교착 상태가 계속되면 두 후보가 직접 만나 담판을 통해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안 후보는 이날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 토론회에서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을 경우 문 후보와 만나 두 사람이 푸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