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설립된 뉴타운·재개발 구역 70곳을 대상으로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할 ‘실태조사’를 실시한다. 실태조사 결과 사업비와 분담금의 윤곽이 드러나면 주민들은 이를 근거로 사업을 지속할지에 대한 판단을 하게 된다.

서울시는 추진위·조합이 구성되지 않은 초기단계의 사업장 163개 구역의 실태조사도 이미 진행 중이다. 조사대상이 확대됨에 따라 사업을 포기하는 구역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70개 조합·추진위 대상 실태조사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추진위·조합이 있는 서울 시내 305개 구역 중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실태조사에 들어가는 곳은 70개 구역이다. 이 중 조합설립 이후 절차상 이미 ‘7부 능선’에 해당하는 사업시행인가를 마친 구역도 11곳에 이른다. 금호16구역, 답십리18구역, 장위뉴타운2구역, 성북3구역, 미아9-1구역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조속한 실태조사 추진을 위해 총 24억원의 용역비를 해당 자치구에 교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합 등 사업추진 주체가 있는 구역일수록 사업 자체를 거부하는 반대 세력과의 갈등이 첨예하다”며 “분담금이 실제로 얼마나 드는지를 가늠해보기 위해 실태조사를 요청한 곳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서울시는 70개 구역 가운데 충신1구역, 길음5구역, 가재울5구역, 염리4구역, 신길9구역 등 5개 구역을 시범구역으로 선정하고 먼저 실태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실태조사 결과는 내년 2월부터 4월 사이에 주민들에게 통보된다.

실태조사 결과 개략적인 정비사업비와 주민들이 실제로 납부해야 할 추정분담금 등의 정보를 토대로 주민들은 사업의 지속추진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구역에서는 추진위 또는 조합 설립에 동의한 사람들의 과반수 또는 토지 등 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를 거쳐 구청장에게 추진위·조합 해산을 요청할 수 있다. 해산 신청이 들어오면 구청장은 60일 이내에 추진위 승인 또는 조합설립인가 취소 여부를 결정한다. 추진위·조합이 해산되면 구청장은 서울시에 해당 구역 해제를 신청하게 된다.

○‘한강 르네상스’ 구역도 포함

이번 실태조사 대상구역 70곳 가운데 눈에 띄는 대상은 ‘성수 전략정비구역’에 포함된 1~4구역이다. 이곳은 서울시의 출구전략이 적용되는 뉴타운·재개발 사업장과 달리 오세훈 전 시장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던 ‘한강 르네상스’ 개발계획에 따른 10개 한강변 재개발·재건축 사업구역 중 한 곳이다. 사업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주목받던 곳이었으나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 여론과 경기침체를 이기지 못하고 이번 실태조사 대상 구역에 포함됐다.

한남2구역을 비롯해 망원1구역, 신수1구역 등 그동안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한강변의 뉴타운·재건축 사업장에서도 실태조사가 실시될 예정이다. 진희선 서울시 주거재생정책관은 “실태조사의 시행방법 및 조사결과에 대한 주민 이해를 돕기 위해 실태조사관을 파견하는 동시에 여러 차례의 주민 설명회를 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