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움과 아픔이 더욱 새록새록 깊어집니다. 생전의 쾌활한 모습으로 아이가 금방이라도 현관문을 열고 들어설 것 같아….” 아버지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2010년 11월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숨진 해병대 문광욱 일병의 부친 영조씨(49·전북 군산시 수송동). 아들의 기일을 앞두고 생전의 기억을 떠올린 그의 눈은 어느새 촉촉히 젖었다.

“지난 5월26일 광욱이의 생일에도 새벽까지 못잤다”는 그는 “지금도 불덩어리가 타고 있는 가슴에는 아들이 여전히 살아 있다”고 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18살의 생때같은 아들을 잃은 그는 지금도 가족 모두가 지워지지 않는 상처 속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아내 이순희 씨는 우울증을 앓았고 아들과 딸은 말수가 크게 줄었다. 매주 대전 현충원에 가 술과 담배로 허전한 마음을 달래곤 했다고 밝혔다.

“주변 사람들이 큰 힘이 됐어요. 아들의 미니홈피와 어떻게 알았는지 휴대폰으로 전국에서 위로와 격려를 해줘 다시 삶의 끈을 잡게됐습니다.” 그는 아들을 잃은 지 1년 반 만인 지난 3월부터 다시 전기공사 일을 시작했다. 특히 그를 기운 추스리게 한 이들은 사고 이후 해병대에 입대한 아들의 친구와 후배 14명이었다. 아들의 장례식을 지킨 이들은 장례식이 끝난 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모두 해병대에 입대해 아들이 못다한 일을 이어가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금도 그를 ‘아버지’라 부르며 군생활 속에서도 전화를 걸어와 술과 담배로 몸이 상하는 것을 걱정해주는 이들을 그는 스스럼없이 ‘아들’이라고 부른다.

문씨의 요청으로 이들은 휴가를 받아 22일 현충원 참배와 23일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리는 추모행사에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추모행사에는 문 일병이 ‘한솔아 군대 오지 마라 조국은 내가 지킬게’ 라고 미니홈피에 언급했던 친구 김한솔 씨도 함께할 예정이다.

“광욱이를 묻은 뒤 이제는 힘이 돼준 가족과 이웃들에게 보답하며 살아가려 한다”는 그는 지난해 아들이 다녔던 군장대에 장학금 1000만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군산=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