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사진)가 소속 정당인 민주당의 공천 조건에 반발해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민주당은 지역구 공천 희망자에게 일괄적으로 소비세 증세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에 동의할 것을 요구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21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겸 민주당 대표와 만나 다음달 16일 치러질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은퇴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1986년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자민당 후보로 출마해 중의원에 당선된 뒤 8선 경력을 쌓았다. 1996년엔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와 함께 민주당을 만들었다. 2009년 총선에서 자민당을 54년 만에 여당 자리에서 밀어내고 93대 총리에 올랐으나 미군 후텐마(普天間) 기지 이전 문제로 혼선을 빚은 끝에 2010년 6월 사퇴했다. 돌출행동이 많아 일본 정계에서는 ‘외계인’ 또는 ‘우주인’으로 불렸다. 하토야마 전 총리의 은퇴에 대한 당 안팎의 반응은 냉랭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인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국가전략상은 “총리를 그만뒀을 때 의원직에서도 물러났더라면 좀 홀가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간사장은 “총리를 그만둘 때 물러난다고 했으면서도 지금까지 판단을 미룬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