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내년 세계 경제가 최악의 경우 전면적인 경기후퇴(리세션·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유럽의 상황이 호전될 경우에는 4%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20일(현지시간) 내놓은 2013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가 내년에 성장 정체의 ‘경계지대’에서 옴짝달싹 못할 수도 있다”며 “정책 담당자들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올해보다 2% 줄어드는 대규모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모건스탠리는 △미국이 재정절벽(연말 감세 혜택 종료와 정부 지출의 갑작스러운 축소에 따른 경제 충격)을 맞고 △내년 미국의 1분기 GDP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내리지 않고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연기하는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해 이같이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당국이 적절한 정책 대응으로 시장에 신뢰를 주면 성장률이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 3.1%에서 내년 4%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투자자들은 모든 상황에 마음을 열어두고 정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따른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내년 세계 경제 침체를 경고했다. 루비니 교수는 “특정 핵심 사안들이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하락 위험을 키울 수 있다”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의회가 예산안에 합의해 재정절벽을 피할 수 있게 돼도 내년 미국 GDP 증가율은 1%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마틴 펠드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재정절벽을 겪지 않아도 내년 미국 경제는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세금을 올리지 않는 대신 재정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정부 지출이나 은행 대출이 줄어들면서 경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는 근로소득세 감면이 종료되면 내년 미국 GDP 증가율이 1%포인트 감소하고, 세금 인상과 정부 지출 감소로 GDP가 2%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