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들이 달라지고 있다. '차이나 리스크'로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아온 중국기업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에 집중하며 부활을 꾀하고 있다.

[한경닷컴]은 한국거래소가 지난 12일부터 닷새간 중국 현지에서 진행한 코스닥 상장 중국 기업 기업설명회(IR)에 동행 취재해 이러한 중국기업들의 변화 움직임을 깊이있게 들여다 봤다. <편집자 주>

중국 내수시장에서 저가 의류를 판매기업들이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소득 증가에 따라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도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제품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중저가 브랜드였던 이랜드, 베이직하우스가 중국 시장에서 고급화 전략으로 성공했던 것과 비슷한 '성장 스토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변화하고 있는 소비 트랜드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었다. 현지에서 살펴본 중국 기업들은 소비 패턴이 변화하는 것에 발맞춰 내수시장 공략 계획을 진행 중이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동부해안의 1급 행정구역 도시보다 소득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기대되는 2, 3급 도시 거주자들을 정조준했다. 과거에는 값싼 제품들을 찾던 소비자들이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더 나은 제품을 선호하기 시작한 트랜드 변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중국의 가계소비 규모는 지난 2000년 4조위안(약 720조원)에서 10년 동안 16조3000억위안(약 2934조원)으로 4배 이상 늘어났다. 앞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새 지도부의 경제 목표에 따라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5일 출벌한 중국 시진핑 체제는 제18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과 주민 평균 소득을 2010년의 두 배로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한 소비 주도형으로 성장방식을 전환한 셈이다.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과 2,3급 행정구역 도시 및 농촌 지역 발전 계획 등으로 구매력이 커지면서 질 좋은 고급 제품들에 대한 새로운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신발, 의류 등을 생산하고 있는 이스트아시아홀딩스와 차이나그레이트, 두 회사는 지금껏 중국의 2,3급 도시나 시골 노동자들이 값싸고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스포츠 의류를 판매해왔다.

차이나그레이트는 그러나 내년 상반기까지 스포츠 의류를 판매를 종료하고 주주얼 의류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中상장사 투자백서①]중국판 베이직하우스 나올까…中 의류기업은 변신 중
이 회사의 우쿤량 최고경영자(CEO)는 "기존 스포츠 의류를 개발할 때는 약 1000만위안을 연구개발비로 사용했는데 캐주얼 의류는 기존 대비 4~5배 증가한 4000만~5000만위안을 투자하고 있다"며 "전체적인 브랜드의 이미지가 저가 상품에서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브랜드인 '워덩카(Worldcape)'는 유지한 채 10대부터 40대까지 연령별로 나눈 제품들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새로 출시되는 캐주얼 의류는 연령대에 따라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유러피언' 세 가지 컨셉트로 차별화했다. 가장 비싼 유러피안 스타일의 가격대는 평균 300~450위안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 같은 캐주얼 의류의 가격대는 기존 스포츠 의류보다는 2~3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브랜드의 제품보다는 절반 이상 저렴한 수준이다. 소득이 늘어나고 있는 2,3급 도시의 중산층을 고려한 가격 전략이다.

이런 변화는 제품의 판매·유통을 전담하고 있는 중국 내 총판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쿤량 CEO는 "내수 유통망은 지역별로 위치한 총판이 수백여개의 하위 도소매점에 독점적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구조인데 총판들로부터 저가형 스포츠 의류보다는 좀 더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갖춘 캐주얼 의류를 공급해달라는 요청이 크게 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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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은 이스트아시아홀딩스도 마찬가지다. 2,3급 도시의 중산층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품질과 브랜드 이미지를 갖춘 제품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남성 캐주얼 의류 브랜드 '치우즈'를 선보이며 고급화 전략을 실시했다. 기존 스포츠 브랜드의 신발이 50~100위안 수준이었다면 캐주얼 브랜드의 가격은 500~600위안 정도다.

정소영 이스트아시아홀딩스 CEO는 "대표 브랜드인 '치우즈'의 제품들에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고가 캐주얼 라인을 출시하는 동시에 독점 판권을 확보한 'DC코믹스'의 해외 유명 캐릭터를 활용한 제품들을 선보일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차별화를 위해 슈퍼맨, 배트맨 등 미국 영웅 캐릭터를 상용한 의류의 중국 내 독점 판매권을 획득했다는 것이다.

중국 2,3급 도시들의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변화를 감지한 기업들 중 일부는 내수 시장에서 성공한 브랜드를 출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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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화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수기업들은 기존 사업의 총매출이 정체된 상태다"라며 "중국의 내수 의류 업체도 기존의 싼 가격 전략이 아니라 캐주얼 브랜드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의 내수 시장은 2,3급 도시 사람들의 개인소득 증가폭이 1급 도시 사람들보다 빨리 증가하고 단순한 소득 증가를 넘어 소비 트랜드가 변화할 수 있는 구간이라는 얘기다.

이 연구원은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소득이 두 세 배 늘어났다고 기존에 사던 100위안짜리 신발을 3개씩 구입하지는 않는다"며 "자연스럽게 구매 능력에 맞춘 고가 제품을 찾게 될 것이고 이 변화에 적응한 기업들 중에서는 베이직 하우스나 이랜드 같은 기업들이 나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중국(상하이) =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