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출 주력업종인 반도체 자동차 철강 석유제품 등의 수출물량은 원·달러 환율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환율 변동을 수출단가 변화로 흡수하지 못할 경우 원·달러환율이 하락할 경우 채산성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환율이 월평균 14원가량 변동(표준편차) 할 경우 수출물량 증가율은 0.12~0.17%포인트 낮아졌다. 하지만 품목별 영향은 달랐다. 반도체 자동차 철강 석유제품 수출은 별 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반면 정보통신 가전 기계류 화공품 경공업 수출은 부정적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이같은 차이는 환율변동성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를 결정하는 요인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환율변동성은 △환위험의 헤지 정도 △환위험 흡수능력 △수입원자재 의존도 △다국적 기업 정도 △자본 의존성 △수출제품의 이질성 △생산요소 투입 및 생산량 조정의 용이성 등에 따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예를 들어 반도체의 경우 높은 환위험 흡수능력과 대규모 투자자금의 회수 유인, 제품의 낮은 이질성 등으로 환율변동성의 영향이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또한 자동차는 현지공장 및 판매망이 세계 각지로 확대된데다 높은 자본 의존성으로 환율변동 영향을 덜 받다는 설명이다. 철강과 석유제품도 수입원자재 의존도가 높고 제품의 이질성이 낮으며 자본집약적 산업이어서 환율 영향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반면 기계류나 경공업은 영세성으로 환위험 흡수능력이 약한데다 자본 의존성이 낮아 환율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또 환율변동성이 수출단가에도 의미있는 영향을 주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단가 인상이 수출경쟁력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수출기업들이 제품가격에 환율변동분을 전가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장정석 한은 국제무역팀장은 “가격 반영이 힘들어 환율 하락이 수출기업들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원·달러환율이 1100원 아래로 떨어진 이달 수출은 전년대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달들어 16일까지 일평균 수출은 18억6000만달러로 작년 같은기간보다 6.8% 증가했다. 지난달 전체 수출 증가율 1.1%를 웃도는 수치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