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서 진보진영 단일 후보로 선출된 이수호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보수진영 단일 후보인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에 대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비판, 두 후보 간 공방이 본격화했다. 두 사람은 무상급식,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학업성취도 평가 등 곽노현 전 교육감의 정책에 대해 비슷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특목고, 고교선택제,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등 현실적 사안에서는 뚜렷이 갈려 앞으로 논쟁이 격렬해질 전망이다.

◆고교 다양화 vs 서열화 폐지

이수호 후보는 이날 “새누리당의 주요한 당직을 맡고 있다가 그 진영을 대표해서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문용린 후보를 비판했다. 이어 고교선택제에 대해 “학교 서열화를 부추기는 것으로 빠른 시일 내 절차를 밟아 폐지하겠다”며 “고교 평준화 시책이 올바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특목고 가운데 외국어고는 도입 취지에 맞지 않게 입시 전문학교로 변질되고 있다”며 “목적대로 운영되도록 감시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율형 사립고 등에 대해서도 “과도하게 많이 지정해 서열화하고 있다”며 “단계적으로 축소해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문 후보는 지난 2일 보수진영 단일 후보로 뽑힌 뒤 서울교육 비전을 발표하며 “이념 교육과 평등주의 교육을 학교 현장에서 추방하겠다”고 밝혀 현 정부의 고교 다양화 정책을 지지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고교선택제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는 수렴

문 후보는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등 곽 전 교육감의 정책에 대해서는 “교육학적 관점에서 교육의 지평을 높였다고 본다”고 말해 어느 정도 진보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번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복지 확대를 내세우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문 후보는 무상급식도 “예산 범위 안에서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며 조건부 찬성을 나타냈다. 그는 또 “혁신학교가 토론 수업과 공동체 수업 등 장점이 많다”며 “도입 단계에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학생인권조례도 교사의 지도력을 약화시키거나 피해 학생의 인권이 침해되는 부분은 없애겠다는 입장이다.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해 문 후보는 “필요하지만 지나친 성적 경쟁은 지양하겠다”고 밝힌 반면 이 후보는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일제고사는 폐지해야 한다”며 약간의 온도 차이를 나타냈다.

문 후보는 나아가 중학교 1학년 시험을 폐지하고 직장체험 교육을 실시하는 등 진로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고 이 후보는 이날 “중1 시험 폐지는 바람직하다”며 공감을 나타냈다.

문 후보는 “학생들 기초 학력을 튼튼히 하면서 학교폭력에서 자유로운 학교를 만들겠다”며 교육 자치와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는 편이다. 반면 이 후보는 “서울교육은 낡은 정치와 기득권 관료의 것이 아닌 온전히 시민들의 것이어야 한다”며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