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安 논문 조사, 연대 황상민 징계 여부, 고대 방송장악 논란

대선을 앞두고 터져 나오는 정치권 공세에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대학들이 흔들리고 있다.

이들 대학은 각각 학교와 관련된 정치적 사안이 불거진 데 대해 당혹스러워 했다. 대부분의 사안에 노코멘트 하는가 하면 "대학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공방에 휘말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는 지적도 제기했다.

12일 현재 서울대는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으로 예비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연구진실성위원회에서 예비조사에 돌입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본조사 회부를 결정하게 된다.

최소 10일에서 최대 한 달까지 걸리는 예비조사는 이미 조사기간 10일을 넘겼다. 안 후보의 도덕성과 직결된 사안이라 철저히 검증 중이다. 본조사 여부 결정을 야권 단일화 뒤인 후보 등록일(25~26일) 이후로 미룰 가능성도 있다.

서울대는 당초 안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자체 조사' 요청을 받았다. 이에 성노현 연구처장은 "국감에서 요청이 들어와 응해야 한다" 고 설명했다.

논문 표절 등 연구윤리 문제를 판단하는 서울대 연구진실성위는 상설 위원회로, 이준구 경제학부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에 대해선 성 처장이 직접 담당해 일일이 대처하고 있다.

연세대는 '박근혜 후보는 생식기만 여성' 이란 취지의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황상민 심리학과 교수(50)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여성 비하 발언에 속하는 부적절한 표현이란 이유로 이 대학 총학생회와 총여학생회도 황 교수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달 6일 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의 항의방문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유강민 교학부총장을 면담하고 황 교수의 징계위 회부를 강력하게 요청했다.

정인권 연세대 교무처장은 "학교 규정상 황 교수의 소속 단과대학인 문과대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해 징계 발의를 할 경우 총장이 징계위 회부와 기각 가운데 결정한다" 며 "현재 징계위에 회부될 만한 사안인지 판단하기 위한 초기 경위 조사를 진행 중" 이라고 말했다.

당초 알려진 것처럼 학교 측이 황 교수의 징계위 회부를 약속했다는 내용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연세대는 대선 정국과 관련된 예민한 문제인 만큼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 후 판단할 방침이다.

고려대는 정계 공방의 직접적 영향권에선 비켜나 있다. 그러나 9일 고려대 출신인 길환영 KBS 부사장이 차기 KBS 사장 후보로 선정되면서 '방송 장악' 논란에 휘말렸다.

이명박 정권에서 지상파 방송3사 사장이 모두 고려대 인맥으로 채워졌다는 것이다. 길 후보는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으며 김재철 MBC 사장은 고려대 사학과, 우원길 SBS 사장은 고려대 신방과 출신이다.

이들 방송의 보도 방향이나 논조가 대선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므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해당 대학 한 교수는 "대학이 대선 정국의 정치적 공세에 영향을 받고 있다" 며 "학교의 문제가 정치적 사안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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