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축소·중앙당 폐지 '줄다리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 실무 협상팀이 9일 새정치공동선언문 작성을 위해 전날에 이어 2차로 8시간에 걸친 협상을 벌였지만 의미있는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양측은 이미 각자 발표했던 정치개혁 공약 가운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칭) 설치’ 등과 같은 공통된 사항만 뽑아 잠정 합의문에 담는 데 그쳤다.

합의문에 따르면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 국무총리의 인사제청권과 장관 해임 건의권을 헌법대로 확실히 보장하기로 했다. 또 각 부처와 기관에 속한 인사권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하기로 했다. 인사청문회 대상자 가운데 국회 인준 절차 없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인사대상자라도 청문회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아울러 검찰 국가정보원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권력기관의 권한 남용과 부당한 정치적 개입을 막고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개혁하고 그 일환으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폐지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키로 했다. 국회 상임위 의결로 감사원 감사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국회의 행정부 견제 권한을 강화하는 대신 윤리특위와 세비심의위원회 등에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의원연금은 폐지하는 데 합의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캠프 내부에서도 실망스런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이 정도로는 도저히 국민들이 새로운 정치라고 느낄 만한 수준이 못된다”며 “민주당 측에서도 그만큼 기득권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안 후보가 밝힌 의원 정수 대폭 감축 등 각종 정치혁신 과제를 놓고 양측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후보 단일화 논의에 본격 착수하기 위해 하루빨리 협상을 타결지어야 하는 만큼 상당한 양보안을 제시했으나 안 후보 측의 기대에는 크게 못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문 후보가 이미 발표한 국회의원 공천권의 시·도당 이양, 중앙당 축소 및 정책기능 강화 등을 통해서도 실질적인 정당 쇄신이 가능하다는 점을 집중 설명했으나 안 후보 측이 그 정도로는 안된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양측 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발표 시기도 당초에 비해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늦어도 10일까지 협의를 끝내야 한다”며 “협의가 지지부진해진다면 절차와 방식에 대한 논의를 늦추려고 의도적으로 미루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공동선언에 국민이 납득할 만한 혁신적이고 분명한 입장이 담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