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가격 30억원 이상 공장 경매물건이 늘어나는 것은 전업종에 걸친 경기 불황 탓이라고 경매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영세업체들이 먼저 경매당하다가 최근에는 조선 철강분야 등의 중견기업까지 공장을 경매로 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소기업 공장경매 확산

지지옥션에 따르면 경매로 처분되는 총 공장 물건 수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와 연관이 깊다. 총 공장 경매물건 수는 2008년 4384건이었으나 2009년 6544건, 2010년 6232건으로 늘었다. 2008년 불어닥친 미국발 금융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업체들이 경매 준비기간을 거쳐 그 이듬해부터 경매로 팔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공장 경매물건 수는 2011년엔 5580건으로 줄었지만 올해(10월 현재) 다시 5870건으로 늘었다. 연말까지 가면 6000건을 넘을 것으로 경매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글로벌 재정 위기를 견디지 못한 업체들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정리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 때와 지금이 다른 것은 30억원 이상의 중소기업 경매물건도 많이 나온다는 점이다. 2008년엔 520건이었지만, 올해는 벌써 1208건이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미국발 금융위기 때는 영세업체들이 주로 무너졌지만, 지금은 영세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도 쓰러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별 올해 공장 경매물건 수를 보면 경기(463건) 경남(157건) 충남(154건) 등의 물건이 유독 많다. 경기와 충남은 기본적으로 기업체 수가 많은 영향이다. 경남지역의 경우 조선 경기 침체와 연관이 깊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부산·경남권 ‘최악’

지역별로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공장 경매 체감도엔 차이가 있다. 공장이 부족한 수도권에선 경매 낙찰가도 높고, 경매를 피해 매매로 처분하기도 수월하다. 반면 부산·경남권에선 경매당하는 물건도 많고 헐값에 낙찰되는 사례가 흔하다.

수도권 공단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남동공단 주안공단 등 수도권 공장 밀집지역의 작은 공장들은 가격만 맞으면 매물이 나오기가 무섭게 팔리고 있다. 공장매매 전문 부동산중개업소인 인천 우일부동산의 손환성 대표는 “건물과 대지를 합쳐 3.3㎡당 600만원 이하이고 공장 규모가 3300㎡(약 1000평) 이하면 금방 팔린다”며 “공장이 부족한 데다 택지개발로 공장을 옮겨야 하는 수요가 많아 경매당하는 이들이 헐값 매각으로 손해보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실제 이달 초 인천 도화동의 707㎡(약 214평)짜리 공장의 경우 12억7000만원에 경매로 나왔는데, 9명이 입찰에 참가해 11억5511만원(낙찰가율 90.9%)에 팔렸다.

부산과 경남지역 사정은 다르다. 조선 철강 등의 불황으로 수주물량이 2~3년 전보다 50% 가까이 줄어든 데다 수주금액마저 절반에 그쳐 부도가 나거나 대출금 등을 못갚아 경매매물로 나오는 공장이 늘고 있다. 조선기자재업체 K사장은 “대형 조선소들도 물품대금이 한 달씩 늦어지고 있다”며 “주변에 부도 업체가 늘면서 경매물건도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낙훈/김태현/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