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안팎으로 악재를 만났다. 아이폰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떨어졌고 아이패드 시장점유율도 하락했다.

특허 소송도 여의치 않다. 영국에서는 삼성에 졌고 미국에서는 모토로라한테 졌다. 내부에서는 모바일 운영체제(OS) 담당 부사장과 소매 담당 부사장을 경질하는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고객 재구매 응답률 하락

무엇보다 아이폰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떨어진 게 문제다. 시장조사기업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가 지난달 말 아이폰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아이폰을 다시 사겠느냐’고 물어본 결과 서유럽에서는 재구매하겠다는 응답률이 75%로 작년 88%에 비해 13%포인트 떨어졌다. 미국에서도 이 비율이 93%에서 88%로 낮아졌다.

아이폰 재구매 의향 비율 75%나 88%가 낮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발표한 이래 해마다 오르기만 하던 재구매 의향 비율이 처음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애플로서는 적신호다. 더구나 아이폰5, 아이패드 미니, 아이패드4 등 신제품을 내놓은 직후 재구매 의향이 떨어졌다는 것은 예사가 아니다.

◆아이폰5는 공급 부족

미국의 또 다른 시장조사 기관인 IDC가 5일(현지시간) 발표한 3분기 태블릿 시장 점유율에서도 적신호가 켜졌다. 1년 전 59.7%였던 애플(아이패드)의 점유율은 50.4%로 떨어진 반면 2위 삼성의 점유율은 6.5%에서 18.4%로 뛰었다. 아마존과 에이수스도 각각 9.0%와 8.6%의 점유율로 애플 시장을 잠식했다. 2년 이상 지속된 ‘아이패드 독점’이 끝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기세가 등등하다. IDC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작년 3분기 57.5%에서 올 3분기 75.0%로 치솟았다.

아이폰(iOS) 점유율은 13.8%에서 14.9%로 소폭 상승에 그쳤다. 심비안과 블랙베리가 잃은 시장을 안드로이드가 휩쓸어 애플이 안드로이드 진영과 5 대 1로 싸우는 형국이 됐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신제품 판매는 공급부족으로 기대치를 밑돈다. 아이폰5의 경우 제품이 얇고 가벼워지면서 제조가 복잡해져 중국 폭스콘 공장에서의 생산이 여의치 않다.

아이패드 신제품 역시 판매 개시 후 사흘 동안 300만대를 팔았다고 하나 전문가들은 아이패드 미니 판매 대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특허 소송에서도 ‘굴욕’

영국에서 진행된 특허 소송에서 삼성에 져 이미지도 구겼다. 애플은 영국 법원 명령에 따라 홈페이지와 신문에 패소 사실을 게재해야 했다. 그것도 제대로 게재하지 않아 다시 게재하는 수모를 당했다.

미국에서는 모토로라를 상대로 라이선스 비용이 과다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메디슨 연방지방법원은 지난 4일 이를 기각했다.

문책성 임원 인사로 회사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애플은 최근 모바일 OS 담당 스콧 포스탈 부사장과 소매 담당 존 브로웨트 부사장을 경질했다. 포스탈 경질은 부실한 애플 지도를 내놓은 데 대한 문책성도 있지만 디자인 담당 조니 아이브 부사장과의 갈등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소매 담당 부사장을 영입 6개월 만에 경질한 것도 문제다.

애플 주가는 아이폰5를 발표한 지난 9월12일 이후 70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악재가 겹치면서 하락세로 돌아서 5일 580달러대로 떨어졌다. 일련의 문제에 대해 팀 쿡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의 성장통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소송을 남발해 사방에 적을 만들 게 아니라 기술혁신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