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을 수사 중인 특검팀(특별검사 이광범)이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65)를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조사가 이뤄질 경우 김 여사는 현직 대통령 부인으론 특검을 비롯해 검찰 등 수사기관 조사를 받는 첫 사례가 된다. 특검팀은 김 여사에 대해 서면, 소환, 방문 등 조사 방법과 시기를 놓고 청와대 측과 구체적인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청와대는 이를 부인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특검 “청와대와 조사 방법 조율중”

내곡동 특검, 김윤옥 여사 조사…이르면 12일
이창훈 특검보(사진)는 5일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에 대한 조사 방법을)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어떤 방법이 적절할지 청와대 측과 조율하고 있다”며 “김 여사가 조사받게 되면 참고인 자격으로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대통령 내외의) 해외순방이 특검 수사에 차질을 주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도 조사 대상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특검보는 “대통령에 대한 부분은 할 말이 없다”며 “(김 여사 소환에 대한) 조율이 끝난 뒤 밝히겠다”고 말을 아꼈다.

김 여사는 7일부터 오는 11일까지 이 대통령과 함께 인도네시아와 태국 순방길에 오른다. 해외순방 일정을 고려한 김 여사에 대한 조사 시기는 그가 귀국한 직후인 12~13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검팀 관계자는 “30일간의 특검 수사가 14일 끝나기 때문에 김 여사에 대한 조사는 그 전에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특검팀이 김 여사에 대한 조사를 위해 수사기간을 15일 더 연장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지만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일각에선 특검팀이 서면조사키로 방침을 확정하고, 김 여사에게 출국 직전 서면질의서를 발송한 뒤 귀국 후 제출받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검팀이 청와대를 방문해 김 여사를 조사하거나, 김 여사를 특검팀 사무실이나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검팀은 김 여사를 상대로 아들 시형씨가 서울 논현동 땅을 담보로 대출받도록 도와준 경위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특검팀은 이날 청와대로부터 사저부지 건물 철거 계약서, 시형씨가 백부인 이상은 다스 회장(79)에게 현금 6억원을 빌릴 때 작성한 차용증 원본파일 등을 넘겨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특검발표 사실과 달라”

청와대는 특검팀이 김 여사를 조사키로 하고 청와대와 조율 중이라고 발표한 데 대해 “조사를 기정사실화해 시기·방식을 조율 중인 것처럼 발표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검 쪽에서 오전 중 김 여사에 대해 방문조사를 일방적으로 문의해온 것으로 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이) 김 여사에 대한 조사 문제를 발표한다고 해도 지켜야 할 게 있다”며 “모레(7일) 인도네시아·태국 공식 순방을 앞두고 김 여사가 마치 의혹의 당사자인 것처럼 발표가 이뤄진 것은 예의가 아니다”고 불쾌감을 토로했다.

또 “이전에도 현직 대통령 부인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고, 전직 대통령 부인 중 권양숙 여사의 경우 검찰에서 두 번 조사를 했을 때 사전에 조사한다고 공표한 적이 없다”고 부연했다. 그는 “(김 여사가) 피의자가 아니고 의혹의 당사자도 아닌데도 이런 방식으로 조사하겠다는 내용을 사전에 언론에 공표한다는 것은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장성호/차병석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