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2일 내년 세입예산안에 기준 환율이 잘못 반영됐다며 국회에 사과했다.

지난달 24일 국정감사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은 주먹구구’라고 했다가 공식 해명한 데 이어서다.

박 장관은 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2013년 세입 예산안의 기준 환율이 잘못 들어갔던 것 아니냐”고 추궁하자 실수를 인정했다.

최근 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 자료엔 기준 환율이 달러당 1080원으로 적혀 있었다. 지난 9월 정부가 작성한 내년 예산안의 기준 환율 1130원과 달랐다. 지난 1일 국회 예결위에서 김춘진 민주통합당 의원이 “예산안 기준 환율이 달러당 1080원과 1130원으로 제각각인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지면서 이 같은 오류가 드러났다.

박 장관은 “지난 9월4일 기준 환율을 1130원에 맞춰 세입예산안을 작성토록 했는데 중간에 기준을 1080원으로 바꾸면서 혼선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예산안을 편성할 때는 기준 환율을 직전 3개월의 평균으로 삼는다. 정부가 내년 환율 전망치를 직접 제시할 경우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산안을 처음 짜던 지난 9월 당시엔 6~8월 평균 환율이 1130원으로 안정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후 환율이 1100원대 아래로 하락하면서 재정부의 고민이 커졌다. 원래대로 기준 환율을 1130원으로 두면 내년 관세수입이 과다하게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실무자들이 1080원대로 조정해 세입예산을 미세 조정했고, 국회가 이 자료를 받아들면서 혼란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야당이 ‘정부가 주관적으로 예산안을 조작한 것 아니냐’고 비판하자 박 장관은 “가장 현실적인 세수추계를 만들기 위해 미세조정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세입과 세출 예산안의 기준 환율이 제각각인 자료를 내놓은 셈이어서 정부도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다.

박 장관은 지난달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도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정부가 내년 성장률을 4% 안팎으로 전망한 데 대해 질의가 쏟아지자 “지난달 예산 편성과정에서 주먹구구식으로 4%를 제시한 것”이라고 답변한 것이다.

하루 뒤인 25일 그는 과천정부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주먹구구 발언에는) 내년 성장률을 개략적으로 전망할 수밖에 없었던 내심이 담겨 있었다”며 ‘실수’라고 해명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