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업종 내 글로벌 경쟁사들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비교해봤을 때 국내 업종 대표주들의 최근 주가조정이 과도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적에 비해 주가 조정폭이 너무 크다는 평가다. 상당수 업종대표주들이 수출 비중이 높은 종목들이어서 글로벌 경기둔화와 환율하락(원화강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경기회복 ‘신호’가 나타나면 빠른 속도로 회복될 수 있어 과도한 비중 축소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부진한 국내 업종 대표주

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3.09%) 신한지주(-0.40%) 등을 제외한 업종 대표주들은 소폭 상승했다. 삼성전자가 0.93% 상승 마감했고, 포스코(0.73%) LG화학(0.69%) 현대중공업(0.88%) 등도 올랐다.

이날 다소 회복세를 보이긴 했지만, 이달 들어 삼성전자(-4.38%) 현대차(-10.11%) 포스코(-6.42%) LG화학(-12.97%) 등 대부분의 국내 업종 대표주들은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이 같은 하락세는 비교 대상으로 꼽히는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과도한 편이다. 같은 기간 애플(-9.45%) 정도가 삼성전자보다 낙폭이 컸을 뿐 도요타(1.31%) 아르셀로미탈(7.70%) 다우케미컬(2.10%) 등은 상승세를 보였다.

국내 업종 대표주들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데는 글로벌 경기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환율하락이 겹친 게 영향을 미쳤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정보기술(IT) 자동차 철강 화학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다수 업종들은 수출비중이 높아 최근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양호한 밸류에이션과 실적

글로벌 경제여건을 제외하고 밸류에이션과 실적만 놓고 보면, 상당수 업종 대표주들의 투자 매력이 커진 상황이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가장 큰 폭의 조정을 보이고 있는 현대차의 경우 지난 26일 기준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7.3배로, 도요타(8.2배)에 비해 현저히 낮아졌다. 현대차는 파업 등의 여파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20%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4분기엔 영업이익 증가율이 12.2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4분기 영업이익이 6.30%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는 도요타보다 실적이 나을 것으로 전망되는데도 주가엔 이런 성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포스코는 12개월 예상 PER이 각각 8.6배와 10.1배로, 애플(12.4배)과 미탈(11.0배)보다 낮다. 전년 동기 대비 3분기 영업이익 증감률도 삼성전자와 포스코가 각각 91.40%와 -17.60%로 25.20%와 -67.00%인 애플과 미탈보다 높거나 선전했다.

‘덩치’ 차이가 워낙 커 단순 비교가 어렵지만 신한지주의 12개월 예상 PER은 7.3배로, 뱅크오브아메리카(15.3배)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알란 추아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 글로벌 주식그룹 부사장은 “한국 은행주는 싱가포르 DBS와 인도 및 태국의 주요 은행주들과 비교해도 저평가 상태”라며 “현 밸류에이션은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반등 시 회복속도 빠를 것”

전문가들은 “투자심리가 안 좋은 상황에서 환율하락 악재가 터져 업종 대표주들의 최근 조정이 이해는 되지만 낙폭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환율이 최근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과거 10년간 평균치와 비교해보면 아직도 10%가량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백재열 한국투신운용 부장은 “미국 대선이 끝나고 ‘재정벼랑’ 이슈가 어느 정도 정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3월까지는 업종 대표주가 부진할 수 있다”면서도 “이후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반등 속도도 빠를 것으로 보여 대선 이후부터 내년 3월까지가 투자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