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깎아서라도 팔자"…서울 미분양도 할인경쟁
서울 도림동 도림16재개발구역 조합은 지난 5월 ‘영등포 아트자이’(836가구)라는 브랜드로 291가구를 일반분양했다. 이후 미분양 물량을 분양해왔으나 기대만큼 팔리지 않아 속앓이를 해왔다. 조합은 이달 중순부터 분양가를 낮춰 빨리 파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모으고 당초 분양가(3.3㎡당 1788만원)에서 160만원을 내렸다. 이후 2주 만에 100여가구가 팔렸다.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영등포 아트자이’를 비롯해 왕십리뉴타운 2구역 ‘텐즈힐’, 가재울뉴타운 3구역 ‘가재울 래미안 e편한세상’ 등 재개발·재건축단지 조합들이 경쟁적으로 ‘미분양 아파트 분양가 할인 경쟁’에 나섰다. 가격할인 아파트에 대한 실수요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계약률도 증가하고 있다.

‘영등포 아트자이’는 전용면적 59㎡형이 3000만원대, 84㎡형은 5000만원 정도 낮아졌다. GS건설 컨소시엄이 시공하는 ‘텐즈힐’도 최근 미계약 물량의 분양가를 1940만원에서 1700만원대 중반으로 200만원 정도 내렸다. 조합이 분양가를 낮춘 데다 강북의 교통 요지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최근 10여일 만에 130여가구가 주인을 찾았다.

‘가재울 래미안 e편한세상’은 이달 초 입주를 앞두고 가격 할인과 취득·양도세 감면 혜택까지 줘 미분양 물량이 대부분 소진됐다. 3.3㎡당 300만원가량 내린 게 결정적 원인이었다.

고덕동 고덕주공 1단지를 재건축한 ‘고덕 아이파크’도 전용 177㎡형에 당초 분양가보다 32~41% 할인해 분양 중이다. 계약금 분납 및 계약 후 6개월 내 잔금 납부 조건도 내걸었다.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조합들도 미분양 주택의 분양가 인하를 적극 검토 중이다. 최근 분양에 나선 서울 강북의 한 재건축 조합은 미분양분에 대해 분양가를 100만원 낮춰 파는 시나리오를 마련한 상태다.

부동산컨설팅업체 나비에셋의 곽창석 대표는 “장기적으로 미분양 물량을 떠안는 것보다 양도세 감면 혜택이 주어지는 연내 미분양을 해소하는 게 조합원에게 유리하다”며 “가격 할인과 세금 감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내집 마련 수요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