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무기구매 사업인 8조3000억원 규모의 차기전투기(F-X) 기종 선정이 결국 차기 정부로 넘어갈 전망이다.

F-X 후보 기종인 F-35A(록히드마틴)와 유로파이터(EADS), F-15SE(보잉) 등에 대한 시험평가는 지난주 마무리됐다. 그러나 아직 가격협상에도 들어가지 못해 올해 안에 최종 기종을 선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방위사업청의 한 관계자는 29일 “F-X 사업에 참여하는 국외 3개사와 지난주 계약조건 등에 관한 3차 협상을 마쳤고 내달 12일부터 4차 협상에 돌입한다”며 “4차협상은 2주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당초 방사청은 이달 중 기종 선정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4차 협상에서 다행히 절충교역 등 계약조건에 대한 협상이 끝난다고 해도 12월부터 가격을 놓고 협상을 벌여야 한다. 일정상 가격협상이 마무리되면 협상이 끝난 업체들과 가계약을 한 뒤 가계약 대상 업체들을 상대로 최종 기종 결정평가를 해야 한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전 F-X 사업 때는 가격협상에만 6개월이 소요됐다”며 “남은 절차가 최대한 빨리 진행된다고 해도 기종 선정은 내년 1월 말 이후에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12월19일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새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에 8조3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F-X 사업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게다가 유력기종으로 꼽히는 F-35A는 미국 정부의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이기 때문에 상업구매와 달리 무기 인도 시기가 늦춰져도 지체상금(지연배상금)을 부과할 수 없게 돼 있다. 특히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구매자가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되므로 판매자가 이행보증금을 적립하도록 하는 일반적인 계약방식과 달리 FMS는 구매자(한국 정부)가 이를 부담하게 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