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가업승계 기업인들의 축제 ‘2012 가업승계, 아름다운 바통터치’ 행사가 지난 주말 성황리에 끝났다. 행사에 참석한 130여명의 1,2세 기업인들은 경주 최부잣집 고택을 찾아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이 장수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행사를 주관한 조준희 IBK 기업은행장은 “중소기업 가업승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기업뿐 아니라 국가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가업승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기업인들은 가업승계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가장 많이 지적된 것은 역시 과도한 상속·증여세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로 영국(40%) 프랑스(40%) 독일(30%) 등 웬만한 선진국보다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영권이 있는 대기업 지분의 상속세율은 무려 65%다. 한 세대가 끝나는 대략 30년마다 기업가치의 최소한 절반을 국가에 헌납하라는 얘긴데 이런 상황에서는 가업승계가 제대로 될 수가 없다. 중기중앙회의 가업승계 애로 조사에서 응답자의 73.3%가 상속·증여세 등 조세부담을 꼽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상속재산의 70%까지 과세가액에서 빼주는 가업상속 공제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기업규모와 상속가액 한도, 고용유지 등 조건이 까다로워 이를 모두 충족시키기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식을 매각하는 수밖에 없다. 손톱깎이 업체 쓰리세븐은 이 과정에서 회사 주인이 바뀌고 말았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일감몰아주기 관행도 이런 배경에서다. 상속을 위해서는 편법을 해서라도 상속세를 미리 확보해두어야 한다. 그래야 경영권이 유지된다.

결국 상속세제만 놓고 보면 한국에서는 가업상속을 포기하든지, 탈세를 하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판이다. 이래서는 장인 정신의 계승이나 천년 기업은 고사하고 100년 기업도 키울 수 없다. 상속세제의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 캐나다 스웨덴처럼 상속세를 아예 폐지하든지 자식이 기업을 경영하는 동안은 과세를 이연해주는 방안 등이 고려돼야 한다. 지금은 상속세가 기업가를 범죄로 내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