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포드의 대표적인 머슬카인 신형 ‘머스탱’을 시승할 때였다. 머스탱의 사진을 찍기 위해 상암동으로 이동했다. 차를 세워놓고 사진을 찍고 있을 때 주변에 있던 40대 초중반의 남성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거 무슨 차입니까?” “네, 포드 머스탱입니다.” “머스탱이요? 이게 그 무스탕입니까?”

남자들은 검은색 머스탱을 유심히 살펴봤다. 묵직한 존재감을 가진 머스탱은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와~”, “워~”, “이거 참” 등등의 감탄사를 내뱉으며 차의 이곳저곳을 살펴보던 남자들은 기자에게 차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를 물었다. “이거 몇 기통이죠?” “6기통입니다.” “몇 마력이죠?” “309마력입니다. 토크는 38.7㎏·m예요.” “승차감은 어때요?” “좋습니다. 보기완 다르게 푹신해요.” “엔진 배기음 한 번 들어볼 수 있습니까?” “물론이죠.”

기자는 시동을 걸었고 우렁찬 엔진 배기음에 남자들 무리는 이구동성으로 “와~”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그들 중 한 명이 물었다. “이거 얼맙니까?” 기자가 되물었다. 얼마일 것 같으세요? 대답은 의외였다. “1억원 정도 되나요?”

기자가 4210만원이라고 답하자 남자들 무리는 공황에 빠졌다. 그리고 그들 중 한 명은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나 차 한 대 사줘. 응 아니 머스탱이라는 차인데 이거 좋아. 가격도 괜찮다고.” 다른 남자들도 의외라는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차 사진을 찍었다.

무리들 중 한 남자는 이렇게 푸념했다. “아 얼마 전에 그랜저를 샀는데 말야. 이 차가 이런 가격인 줄 알았으면 다시 생각해보는 건데 말이야.”

기자가 그랜저가 불만족스러운지 묻자 그 남자는 “모처럼 차를 바꾸는데 다른 차를 알아보지도 않고 아내가 원하는 그랜저로 샀다”며 “내가 이 나이까지 고생했는데 이런 차 한 대쯤 가질 자격이 있는 것 아니냐”고 아쉬워했다. 머스탱 입장에선 무척 억울한 일이다.

자동차는 고가의 소비재다. 때문에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더라도 최종 결정을 할 때는 대부분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 정비소가 가깝고 부품값이 싼 국산차를 사게 되는 것이다. 기자 역시 이 같은 잣대로 3년 전에 YF쏘나타를 구매했다. 물론 이런 선택 기준은 꽤나 합리적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이 빠졌다. 바로 ‘진정 내가 원하는 차는 무엇인가’ 고민하는 과정이다.

자동차를 단순히 ‘이동수단’으로 치부한다면 말 그대로 어떤 차여도 상관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에 조금이라도 관심있고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 이상을 의미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알고 있다면 차를 고를 때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은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한다. 지금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차 대신 다른 차들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면, 그리고 ‘아, 저 차 살걸’이라고 종종 후회한다면 십중팔구 안정적인 선택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브랜드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BMW와 포르쉐 등 명차 브랜드들은 운전의 재미를 강조한다. 우리나라 소비자들도 운전의 재미를 무척 좋아한다. BMW가 수입차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자동차 문화가 점점 성숙해짐에 따라 차를 ‘갖고 놀기’ 위해 수동변속기를 선택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도요타의 경량 스포츠카 ‘86’을 비롯해 현대차 ‘아반떼’, ‘i30’ 등의 수동변속기 모델은 인기가 많다.

이처럼 1억원이 훌쩍 넘는 값비싼 차가 아니어도 자신의 성향에 맞는 차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 차가 디젤 수동 소형차인 1000만원대 ‘엑센트 위트’일 수도 있고, 머슬카의 대명사이자 4210만원의 경쟁력 있는 가격을 갖춘 ‘머스탱’일 수도 있다. 인생에 한 번쯤 자신을 위한 차를 소유해보는 것, 장담컨대 인생의 큰 기쁨 중 하나일 것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