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부터 25일까지 영국 출장을 다녀왔다. 학생인권과 자치활동에 관한 연구를 위해 영국의 일선 학교현장과 교육청을 돌아봤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첫 방문 학교인 워킹엄에 있는 홀트여자중·고등학교였다. 이 학교에는 학생지도센터(SSC)라는 곳이 있는데, 학생생활지도를 전담하는 기구다. 학급 담임의 생활지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설치한 기구로, ‘학생지도사’라는 직함의 계약직 전문가 4명이 생활지도 및 상담을 하고 있다. 학생생활지도를 교사가 맡아서 해야 하는 우리와는 사뭇 달랐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 SSC에서는 한창 생활지도가 진행되고 있었다. 학생 간의 민원 해결은 물론이고 실제 용의복장까지 세세히 교정했다. 매니큐어를 칠했거나 화장을 하고 등교한 학생은 이곳에서 지워야 하며, 교복을 입지 않은 학생은 이곳에 비치해 둔 블라우스나 치마를 입어야 교실에 입실이 가능했다. 구두를 신지 않은 학생은 그 사유를 기재하고 유예기간을 정해 언제까지 착용한다고 기록했다. 휴대전화는 갖고 있을 수 있으나, 수업시간에 사용하다 적발되면 강제로 수거되며 이곳에 접수를 하고 부모에게 연락해 찾아가도록 했다. 보호가 필요한 학생이 상습적으로 복용하는 약을 담은 비상약 보관함까지 꼼꼼히 비치해 두었다.

이 학교에서는 자율적으로 학교 규칙을 정해 시행 중인데, 학교의 자율성이 최대한 존중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법적으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도록 했더라도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거나 교권을 침해하는 학생의 권리는 철저히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당국도 조례나 규칙에 따라 교칙에 제동거는 일도 없다고 한다. 학교에서는 교사가 부모 역할을, 가정에서는 부모가 교사 역할을 담당하는 것을 생활지도의 기본 원칙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지도할 수 없는 학생은 철저하게 가려내 별도의 위탁기관으로 보낸 뒤 소정의 교육 과정에 따라 교육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예컨대 팀의 유니폼을 입지 않고 경기에 출전하겠다고 한다면 어느 감독이 이를 허용하겠는가 하는 것이 퇴출 논리라고 한다.

나는 학교에서 퇴출된 아이들이 다니는 기관도 방문했다. 학교를 떠난 학생들을 위해 자치구별로 1개 이상 설치돼 14세에서 16세 정도의 학생들이 입교한다고 했다. 이곳을 수료한 학생들의 95%가 진학이나 취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편 부럽기도 하고 다른 한편 부끄러웠다. 비록 사회문화적 배경이 다르더라도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청이 교육정책을 놓고 서로 소송을 제기하며 갈등을 보이는 한국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이거야말로 생활지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교육의 나침반이 아닐까.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영국을 강타한 것만큼, 나도 영국에서 제대로 한 수 배웠다.

이준순 < 서울교총 회장 ang66666@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