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개월 만에 다시 0.25%포인트 인하했다. 2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연 2.75%로 떨어졌다. 경기침체가 심상치 않고, 미국 등의 양적완화로 원화가치가 올랐다는 게 금리인하의 배경이다. 아마도 고심이 많았을 것이다. 시장 역시 금리인하를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적정선을 이탈한 금리수준은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인가. 잠재성장률(3.80%)보다 훨씬 낮은 2%대의 금리가 초래할 부작용은 무시해도 좋은 것인가 하는 우려도 동시에 갖게 된다.

지금의 경기침체에 대한 성격 규명부터가 그리 간단치 않을 것이다. 해석에 따라서는 경기부양 효과가 기대난일 수도 있다. 금리를 낮추어 경기를 활성화한다는 게 전통적인 이론이다. 하지만 지금 돈이 없거나 고금리 때문에 기업이 투자를 안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적 경기침체에다 국내적으로는 투자 자체를 범죄시하는 분위기다. 대선 후보들은 재벌 때리기를 경쟁하고 있다. 금리 기능이 작동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 오죽하면 무제한 양적완화라는 말인가. 이미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육박하고 신규 신용불량자가 최근 1년 사이에 24%나 늘어난 상황이다. 금리를 낮춘다고 내수소비 증가를 기대하기엔 가계의 여유가 너무 없다. 오히려 금리생활자의 소비를 더욱 위축시킬 뿐이다. 은퇴자들의 장래는 더 불안해지고 있다.

결국 금리인하는 서민에게 새로운 부채를 안기는 결과만 초래할 수도 있다. 결국 버블은 더 커지고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돈을 싸게 빌릴 수 있게 해준 것이 미국 금융위기의 본질”이라고 지적한 라구람 라잔 교수의 지적은 경청할 만하다. 보험사나 연기금의 불안도 그렇다. 너무 싼 금리가 독이 되고 있다. 한은은 적정금리에 대한 탐색은 포기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