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동기 불순하고 방법 천박" 항소 대부분 기각
아토피 앓는 피고인 1명 감형하며 이례적 주문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하지 말고, 이치가 명확할 때 비로소 과감히 움직이는 것이 지혜로운 삶입니다."

1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421호 법정에서 열린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회원 8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 박관근 부장판사는 판결을 선고하기 전 온화한 목소리로 `잡보장경' 구절을 낭독했다.

가수 타블로(32·본명 이선웅)가 학력을 위조했다고 허위사실을 퍼트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피고인들에게 "실수를 거울삼아 지혜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충고한 것이다.

재판장은 "그릇된 신념과 인식이 우리 에너지를 병들게 하고 원치않은 삶을 창도하도록 이끈다"는 글귀를 읽어주기도 했다.

선고 직전 법정을 얼어붙게 했던 긴장감은 재판장의 진심 어린 충고 덕분에 따뜻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재판부는 이날 송모(32)씨 등 7명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에서 실형을 받은 박모(26·여)씨에게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2년과 사회봉사 200시간으로 형량을 낮췄다.

재판부는 "범행동기가 불순하고 방법이 천박했다. 피해자 측 엄벌 의사가 여전하다"며 양형부당에 관한 항소를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인간의 존엄이라는 가치와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는데도 일부 피고인은 학력위조를 끝까지 밝히겠다고 주장하는 등 범행 이후 경거망동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판부는 어릴 때부터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아 수감생활의 고통을 견디기 어려워 보이는 점, 피고인 중 가장 어린 데다 가족들이 선도하겠다고 다짐한 점 등을 참작해 박씨의 형량을 예외적으로 감형했다고 설명했다.

박 부장판사는 대신 박씨에게 이례적인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가 추천하는 책 두 권을 읽은 다음 독후감을 쓰고, 우매한 범행을 반성하는 뜻으로 악플을 추방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을 한 후 보호관찰관에게 제출하라고 명한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