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5일 고심 끝에 내곡동 사저 부지매입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를 임명했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이번 특검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수사의 공정성도 침해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면서 "그러나 이 대통령은 위헌 논란에도 대승적으로 특검법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결정에 앞서 수차례 회의를 열었으며, 오후에는 이 대통령이 직접 관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최 수석은 전했다.

마지막까지 참모진은 특검을 민주통합당이 추천하도록 한 특검법이 삼권분립과 정치적 중립성 훼손의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이 대통령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심했다는 반증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민주당이 특검 후보로 김형태 이광범 변호사를 추천했지만, 곧바로 임명하지 않았다.

애초 이 변호사를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두 후보자의 경력과 배경 등을 면밀히 검토한 청와대는 특검 진행 절차에 급제동을 걸면서 파장이 일었다.

지난 3일 하금열 대통령실장 주재로 청와대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특검 후보자 추천 과정에서 여야의 충분한 협의가 없었다며 재추천 해 줄 것을 국회에 요구한 것이다.

특검법이 정한 5일의 임명 기간을 꽉 채워 국회의 대답을 기다리면서 특검 임명 여부, 후보자 선택을 놓고 고심을 거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외적으로는 절차상의 하자와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지만, 내부적으로는 두 후보자의 정치 성향이 좌편향이라는 점을 못마땅하게 여겼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특검을 임명하지 않았을 때 불어닥칠 후폭풍의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게 문제였다.

결국 최악의 정치적 파국만은 피하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선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이 대통령이 실정법을 위반했다며 파상 공세를 벌이면서 대선을 앞둔 정국이 크게 요동칠 게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미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특검을 임명하지 않으면 실정법 위반이고,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도 국민에게 큰 부담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차하면 이 대통령과 박 후보를 한 묶음으로 공격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안철수 대선후보 측도 대통령에게 법을 준수하라며 동시에 압박에 나선 형국이었다.

또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를 포함한 가족이 수사 대상이어서 거부한 것 아니냐는 국민적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비록 특검 추천에 앞서 충분한 협의가 없었다며 새누리당에서도 민주통합당을 비판했지만 이후 벌어지는 정국에서 과연 청와대를 적극 엄호할지도 의문인 상황이다.

실제로 여당 내에서도 특검을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대신 특검 후보자를 추천받고 임명하기까지 사흘 동안 최대한 임명을 미루면서 재추천을 요구하는 등 이 문제를 이슈화시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추천된 특검 후보자들이 정치적으로 특정 성향에 치우친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앞으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판사로 재직하며 제도권 법조인으로 활동한 이 변호사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창립 멤버로 `재야'에서 활동한 김 변호사보다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참모는 "청와대는 임명된 특검이 특검법에 명시된 대로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고 독립해 직무를 수행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의도가 있었다기보다는 진상이 어떤 것인지 알릴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