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군인 20명 사상…시리아 사과에도 터키 의회, 對시리아 군사작전 승인
터키 "시리아에 전쟁 선포는 안 할 것"

시리아의 오폭 사건을 계기로 시리아와 터키 사이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터키는 시리아에서 발사된 포탄에 주민 5명이 사망하자 이틀 연속 시리아에 보복 공격을 가해 시리아 군인 중에 사상자가 속출했다.

또 시리아의 사과에도 터키 의회가 시리아에 대한 군사적 조치를 승인해 달라는 정부안을 통과, 국제사회가 사태 전개를 예의주시하며 긴장하고 있다.

◇터키군 포격으로 시리아 군인 최소 20명 사상 = 터키군이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이틀째 감행한 보복공격으로 시리아 군인 최소 5명이 숨졌다고 AFP와 dpa통신이 4일 보도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전날 터키로 포탄을 발사한 곳으로 추정되는 시리아 지역에 터키군이 박격포를 발사했다며 이번 보복 공격으로 시리아 군인 5명 이상이 사망하고 최소 15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터키군은 터키-시리아 국경 마을 텔아비아드 근처의 시리아 군기지를 타격했다고 전했다.

전날 시리아에서 날아온 박격포 포탄이 국경을 넘어 터키 남부의 악차칼레 마을에 떨어져 어머니와 세 자녀 등 민간인 5명이 숨지자 터키군은 시리아를 보복 공격했다.

악차칼레 지역은 내전이 한창 격하게 진행 중인 시리아 북부 알레포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시리아에서 쏜 포탄이 터키 영토에 떨어진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이지만 터키인 사망자가 발생하기는 처음이다.

지난 4월에도 시리아 쪽에서 터키 영토로 날아든 유탄에 2명이 희생됐지만 둘 다 시리아인이었다.

이런 가운데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는 이날 반군의 폭탄 공격과 교전으로 시리아 정예부대인 공화국수비대 소속군인 21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이 단체는 전했다.

라미 압델 라흐만 인권관측소 소장은 "다마스쿠스 서부 쿠드사야에서 충돌이 발생했고 대다수는 폭탄 공격으로 숨졌다"고 말했다.

또 시리아 북부 최대 상업도시 알레포에서는 정부군의 집중 포격이 이뤄지고 있다.

전날 하루 동안 시리아 전역에서 민간인 116명을 포함해 최소 236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이 단체는 덧붙였다.

시리아에서는 지난해 3월 아사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시작한 이래 정부군의 유혈 진압과 내전으로 지금까지 3만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인권관측소는 추정했다.

◇터키 의회, 시리아 사과에도 對시리아 군사작전 승인 = 시리아의 오폭 시인에도 터키 정부는 보복 공격을 이틀째 계속한 데 이어 의회로부터 대시리아 군사 작전을 추인받았다.

터키 의회는 이날 시리아에 대한 군사적 조치를 승인해 달라는 정부안을 찬성 286표, 반대 92표로 통과했다.

베시리 아탈라이 부총리는 시리아가 포격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수석 자문관인 이브라힘 칼린은 "터키가 시리아와 전투를 벌일 의도가 없지만, 국경을 지킬 능력이 있고 필요할 때는 보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터키가 공격을 더 가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이번 의회의 승인을 받은 '군사조치'는 1년간 유효해 추가 공격은 언제라도 가능하다.

다만, 터키의 한 고위 관리는 시리아를 상대로 전쟁 선포를 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의 한 측근은 "이번 포격은 자국민 5명을 숨지게 한 시리아에 대응한 것"이라며 "군사적 조치를 허용하는 법안은 '시리아에 경고를 보내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양국 간 높아진 긴장이 전면전으로 비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터키 정부의 한 관료는 "시리아가 단념하도록 하는 게 관건이며, 터키가 전면전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라고 AFP 통신에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료는 "시리아가 터키의 의도를 충분히 파악했다"며 "이제 모든 것은 시리아의 태도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시리아 측은 곧바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를 표시했다.

시리아 옴란 조아비 공보장관은 국영TV를 통해 "국경을 넘은 포탄이 발사된 지점을 파악하고 경위를 조사중"이라면서 "유가족과 피해자에게 위로를 표한다"고 말했다.

조아비 장관은 그러나 시리아 정부가 외국인의 지원을 받는 테러리스트들과 전투를 벌인다는 점도 언급했다.

◇국제사회, 일제히 시리아 비난 = 터키가 회원국으로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는 긴급회의를 소집한 다음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가 시리아의 '가증스러운' 공격에 조치를 취하라고 요청했다.

시리아 정권에 대해서도 '국제법의 명백한 위반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나토는 긴급회의를 열고 시리아에 공격적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나토는 28개 회원국 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벨기에 브뤼셀 나토본부에서 40여분간 회의를 하고 이번 사태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회원국들은 터키에 대한 지지를 이어갈 것이며 회원국에 대한 공격적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며 "시리아 정권이 국제법에 대한 명백한 위반 행위에 종지부를 찍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최근 벌어진 시리아 측의 공격 행위가 "나토 회원국의 안보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요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터키의 요구에 따라 드물게 나토 헌장 4조에 따라 열렸다.

나토 헌장 4조에 따르면 회원국이 영토의 보전과 정치적 독립, 안보를 위협받았다고 판단할 경우 회의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

나토는 지난 6월 시리아 인근 지중해 상공에서 비행 중이던 터키 F-4 전투기가 시리아에 의해 격추됐을 때도 헌장 4조에 따른 회의를 소집한 바 있다.

이번 성명은 6월 회의 당시 발표된 성명보다 더 강력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터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응도 요청하고 나섰다.

에르투그룰 아파칸 유엔 주재 터키 대사는 안보리 의장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이번 사태는 터키에 대한 시리아의 공격 행위"라며 "시리아가 터키의 주권과 영토, 안보를 존중하도록 하기 위해 안보리가 필요한 행동을 취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이번 사고로 발생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 시리아 당국과 모든 의사소통의 채널을 열어달라"고 당부했다.

반 총장은 이후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사태가 "시리아 내 분쟁이 자국민의 안전뿐만 아니라 어떻게 주변국에게도 위협이 되는지를 보여 준다"며 시리아 정부가 "주변국의 영토 보전을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도 전날 시리아에서 터키 영토로 날아든 포탄으로 터키인 사망자가 발생한 사태를 강력히 비난하고 터키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다.

토미 비에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우리는 동맹국 터키를 지지하며 앞으로 긴밀한 협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도 터키에 대한 지지를 약속했다고 터키 외무부가 밝혔다.

시리아의 동맹인 러시아는 시리아가 포격의 책임을 인정했고 "비극적인 사고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고, 이란도 "터키와 시리아는 자제해야 한다"며 양측이 진정하길 희망했다.

(부다페스트 카이로연합뉴스) 양태삼 한상용 특파원 tsyang@yna.co.kr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