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부터 길 찾기 힘들었어요. 서울역은 너무 복잡해요.” 최근 한국을 찾은 중국인 리칭메이 씨(33)는 “한국의 인천공항 터미널과 지하철은 깨끗하지만, 외국인을 위한 안내가 잘돼 있지 않은 것 같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중국 국경절 황금연휴(9월30일~10월7일)를 맞아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교통안내는 여전히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들은 서울로 들어가는 관문인 지하철 공항선 인천국제공항역에서부터 불편을 겪는다. 플랫폼에서 어느 쪽 전철을 타야 하는지 한글로만 안내가 써 있어서다. 우왕좌왕하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탑승하는 외국인들을 자주 보게 되는 건 이 때문이다.

안내방송도 부실하다. 일본인이나 중국인 관광객들은 주로 서울 명동 근처에 숙소를 잡고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공항선 홍대입구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고 을지로입구역에서 내리면 더 빠르고 편리하게 숙소로 이동할 수 있지만, 그런 안내는 나오지 않는다. 지하철 노선도를 모르는 관광객 대부분이 종착역인 서울역까지 가서 택시나 지하철을 갈아타고 명동으로 이동한다.

서울역은 택시, 버스, 지하철 등 대부분의 교통수단이 복잡하게 얽혀 서울 교통에 익숙지 않은 한국인들도 헤매기 십상인 곳이다. 노숙자들이 서울역 광장 곳곳을 차지해 위협을 느낀다는 외국인 관광객이 적지 않다. 일부 택시들의 바가지 요금도 악명이 높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필수 관광코스로 떠오른 서울 홍대앞, 신촌, 이대앞을 공항선에서 미리 소개하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관광객들의 이동은 물론, 지역 상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번 중국 국경절(10월10일) 연휴에 한국을 찾는 유커는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늘어난 10만여명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관광 유통 등 유관업계는 한껏 ‘특수(特需)’ 기대에 들떠 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서울시 관광정책 마스터플랜’에는 동대문 일대 관광 활성화와 관광호텔 확대 등이 비중있게 포함돼 있다. 하지만 ‘보다 편리한 서울교통’에 대한 고민은 녹아 있지 않다. ‘다시 찾고 싶은’ 서울을 만들려면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부터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최만수 생활경제부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