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야 미친 사람 만나고 기회오면 항상 '예스'하라"
“이 시대의 혁신은 젊고, 정규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틀에 박힌 사고와 고정관념은 혁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젊을 때 도전하세요.”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사진·57)은 28일 오전 서울 연세대 백양관에서 열린 특별 강연에 참석한 800여명의 한국 대학생에게 ‘기업가 정신’에 대해 이같이 정의했다. 슈미트 회장은 ‘에릭 슈미트와의 아침대화’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날 강연에서 자신의 젊은 시절 경험을 예로 들며 ‘도전의식’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청년들에게 혁신과 도전을 권하는 이유는 젊기 때문에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이라며 “내 나이만 돼도 과감히 무언가에 도전할 수 없어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스(예)는 매우 강한 힘을 갖고 있다”며 “자신이 도전할 기회가 생기면 항상 예스라고 대답하고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슈미트 회장은 대학생들에게 한국에만 머물지 말고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여권을 만들고 해외에 나가서 직접 자신의 눈으로 보고 느껴야 한다”고 역설했다.

슈미트 회장은 젊은 시절 주변 인맥 관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지금 여러분에게 도전하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나도 20대 때 큰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았다”며 “대신 내 주변에 정말 특별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주위에 한 분야에 ‘미친’ 사람들을 눈여겨보고 그들을 따라다니면서 식견과 열정 등을 배웠다”며 “항상 나보다 더 똑똑하고, 더 독특하고, 더 미친 사람들을 친구로 두라”고 말했다.

슈미트 회장은 구글과 유튜브, 스마트폰으로 세상이 하나로 ‘연결(connect)’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서 또는 잠들기 바로 직전에 여러분이 만지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은 뒤 “그것은 바로 스마트폰인데 이 사실은 우리가 항상 누군가와 연결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가수 싸이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요인도 이런 연결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전 세계가 (유튜브 등으로) 연결되면서 엄청난 관객이 생겨났다”며 “강남스타일과 같은 케이팝(K-Pop) 열풍은 앞으로도 온라인을 통해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결정 내릴때는 '끝장토론'

대학 다닐 때 어떤 장래 희망을 갖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최고경영자(CEO)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며 “대신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정말 사랑하고 그것을 통해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고 배우라”고 말했다.
슈미트 회장은 ‘구글 직원이 될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 달라’는 질문엔 “영어는 잘할 필요가 없다”며 “하지만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지 그 분야에 특별한 취미와 재능이 있는 사람을 눈여겨본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질 것도 주문했다. 슈미트 회장은 “결정을 내릴 때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자신을 돌이켜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CEO로서 사람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만의 의사결정 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슈미트 회장은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는 (구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과 함께 끝장 토론을 벌인다”며 “나는 회사에서 먼저 직원들과 편하게 대화한 뒤 서로의 생각을 놓고 토론하는 식으로 의사결정을 이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사람의 생각이나 결정력보다 협업의 시너지가 훨씬 효율적이고 더 낫다”고 말했다. 구글이 중국 시장 철수를 결정할 때도 구글 내부에서 이런 토론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백양관 강당은 강연 1시간 전부터 슈미트 회장을 보러온 대학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상당수 학생들은 1시간 남짓 바닥에 앉아 그의 강연을 경청했다. 슈미트 회장은 선마이크로시스템스에서 프로그래밍 언어인 자바를 개발했으며 2001년 구글 CEO로 영입됐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